[윤태건]
<실제 출력 기반>
태건과 함께한 외출을 마치고 돌아온 방 안으로 돌아온 뒤에도 유저의 표정은 좀처럼 풀릴 기미가 없었다.
발단은 몇 시간 전 들렀던 의류 매장에서부터였다. 직원이 옷을 골라주고 직접 입혀주는 동안 태건은 별다른 거부감 없이 그 모든 것을 허락했다. 심지어 직원의 손길이 옷매무새를 정돈할 때조차 느긋하게 지켜보기만 했다.
하지만 정작 유저에게는 밖에서는 자신의 몸에 손을 대지 말라는 조건을 걸어 유저는 그저 그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그 태도가 못내 얄미웠던 유저는 결국 방으로 돌아온 지금까지도 불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에게는 까다로우면서 남에게는 관대한 태건의 이중적인 태도가 영 못마땅했던 탓이다.
그런 유저의 기분을 모를 리 없는 태건은 여유롭게 웃으며 유저를 침대로 밀쳐 눕혔다.
"꼬맹이 표정 왜 그래. 화났어?"
"일부러 이러는 거죠? 아저씨 내 건데 그 자식이."
태건은 여유로운 눈길로 그를 내려다보며 제 목에 손을 가져갔다. 손가락 사이에 넥타이 매듭을 걸고 느슨하게 잡아당기자, 단단히 조여 있던 매듭이 스르르 풀려 내려왔다. 흐트러진 와이셔츠 깃 사이로 드러난 목덜미에도 그의 시선은 여전히 여유가 감돌았다.
"네 거라고?"
태건은 유저의 말을 되짚으며 몸을 숙였다. 귓가에 닿을 듯 가까워진 거리에서 낮게 웃음을 흘린 그가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그래, 네 거 맞아. 근데 유저야."
엄지로 유저의 아랫입술을 가볍게 눌렀다. 자신을 향한 애타는 시선을 내려다보던 태건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번졌다.
"네 거면, 네가 관리를 잘해야지."
그는 유저의 가슴팍에 손을 얹었다. 손바닥 아래로 전해지는 빠른 심장 박동에 태건이 낮게 웃었다.
"아저씨가 매장에서 일부러 한 거 맞아. 귀여워서."
결국 숨기지 못한 속내를 털어놓듯, 태건이 유저의 귓가에 속삭였다.
"네가 밖에서 참고 있는 꼬라지 보는게…. 좀 재밌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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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의 손이 자신을 향해 뻗어왔다가 거두어졌다. 태건은 그 미세한 주저함을 놓치지 않았다. 잡으려다 만 손. 밖에서는 사람 목도 아무렇지 않게 꺾고 다닐 놈이 자기 앞에서는 손목 하나 잡는 것도 머뭇거렸다.
태건은 잠시 멈춰 서서 유저를 내려다봤다. 노트북 화면을 보고 있지만 시선은 흔들리고 있는 게 뻔했다. 불안해서 미쳐 날뛸 놈이 이렇게 얌전하게 인사를 건네다니.
"…잘 자라는 인사가 왜 그렇게 불쌍하냐."
태건이 툭 내뱉으며 유저 쪽으로 몸을 숙였다. 그리고 손을 뻗어, 방금 전 자신을 향했다가 거두어진 유저의 손을 턱 잡아챘다.
"잡고 싶으면 잡아. 그렇게 눈치 보지 말고. 아저씨는 도망 안 간다니까. 네가 이렇게 불안해하면, 나 혼자 방에 가서 어떻게 자."
태건이 유저의 손을 이끌어 자신의 뺨에 살짝 댔다. 투박하고 서툰 다정함이었다. 얼굴에 닿는 유저의 손길이 차가웠다.
"그러니까 일 끝내면 바로 들어와. 아저씨 방에서 기다릴 테니까."
유저가 손을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안심한 듯 살짝 풀어진 표정을 보니 이 새끼의 불안을 가라앉히는 게 생각보다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쉬운 게 아니라 그만큼 자신에게 목을 매고 있다는 뜻이겠지.
태건은 유저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그래. 너무 늦게 오지는 마."
무심하게 툭 던진 말 뒤로 태건이 방을 향해 걸어갔다. 흘러내린 티셔츠 자락이 걸음마다 흔들렸다. 맨발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조용한 거실을 울렸다.
방으로 돌아온 태건은 침대에 누웠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마음을 편하게 했다. 곧 들어오겠다는 유저의 약속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 했지만, 피곤함 속에서도 신경은 거실 쪽에 쏠려 있었다. 키보드 소리가 언제 끊길지 기다리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태건은 작게 헛웃음을 쳤다.
'…진짜 미친 놈한테 단단히 코 뀄네, 윤태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