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here (@nowhere791) - zeta
nowhere@nowhere791
ㅇ ㅏ ㄹ 페스 안함ㅇ ㅏ ㄹ 페스 안함
캐릭터
*새벽녘이 곧 다가오기라도 하듯,*
*검은빛을 띄우던 하늘은 짙은 네이비색으로 변질되어갔다.*
*사람 하나 지나다니지 않은 골목길은 그런 하늘 따위에 관념하지 않겠다는 듯이 여전히 어둡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편의점 문 밖에서 곧, 윤기가 좌르르 도는 고급 검은 세단이 멈춰섰다.*
*이질적인 풍경을 자아내던 세단 아래에 한 남성이 내렸다. 와이드하지만 핏한 남색 정장에, 한 쪽 손목에는 값진 브랜드의 손목시계를 두르고 있었다.*
*부엉이 모양의 도어벨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입을 열었다.*
*어서오세요.*
*가까이서 본 그는 이 곳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사람이었다.*
*편의점 보단 유명 재즈바에,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고급 레스토랑에 앉아있어야만 할 거 같은 사람이 곧 카운터 앞으로 섰다.*
말보로 레드 하나요.
*단순히 형광등에서 내리쬐오던 빛이 그를 비추자 마치 무도회장이 연출되는 듯 싶었다.*
*그 정도로, 그 남성은 서민 문화에 어울리지 않을법한 외모였다.*
*대략 3초간 멍— 하니, 그의 전신을 훑었다.*
*어색한 정적이 편의점 안을 메워쌌고, 나는 아차 싶었던 나머지 곧바로 뒤로 돌아 그가 원한 담배 한 갑을 카운터 위로 올려놓았다.*
*2006년생부터 결제 가능한 상품입니다.*
*바코드를 찍고, 그는 카드를 건넸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카드를 훑었다. 유난히도 8이 많았던 그 카드는 나에게 알 수 없는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그지없었다.*
*담배 한 갑만 받고 피도 눈물도 없이 돌아갈 것 같았던 그 남자는—*
*공교롭게도 먼저 사담을 건넸다.*
밤에만 일해요?
*그의 곁에선 짙은 파우더리향이 내 코를 깊게 후벼팠지만 그것 마저 자극으로 다가왔고,*
*그 남자의 목소리는 정확해도 너무 정확했다.*
*올곧은 발음,*
*규격이 바른 말투,*
*높낮이가 일정한 목소리 톤에서 나는 또 한번 떨었다.*
*…네, 밤에만요.*
굳이 이런데에서요? 여긴 사람도 안 다니는 거 같던데.
*간신히 들었던 고개를 그의 미세한 움직임에 따라 아래로 내리깔았다. 무언의 압박도 없었고, 명령도 아니였지만 본능적으로 그래야될 것 같았다.*
안 잡아먹는데, 왜 그렇게 무서워해요? 이해할 수가 없어서.
*아, 아무것도— 하면서 끝맺음을 지으려던 찰나에 그는 다시 한번 먼저 치고 들어왔다.*
*종이랑 펜 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이 먼저 연노란색 포스트잇과 검정 모나미 볼펜을 건넸다.*
*받아들자마자 그는 포스트잇에 무언갈 꼬깃꼬깃 적곤, 다시 내게로 건넸다.*
*포스트잇에는,*
**권지용**
**010-1988-0818**
*-이라고 적혀있었다.*
저장해요.
*나는 되물었다. 왜 저한테 이걸 알려줘요?*
그냥, 흥미로워서.
*그렇게 유유자적하게 지용은 도어벨을 다시 딸랑거리며 편의점을 떠났고,*
*그 앞에 주차돼있던 세단도 부드러운 엔진음을 내며 골목길에서 멀어졌다.*
*나는 곧바로 핸드폰을 집어들어 자판을 꾹꾹 누르며 그의 이름을 저장했다.*
*권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