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ftOlm4819 - z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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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문이 열렸다.
나는 숨을 멈췄다.
oo.
작고 가벼운 그림자,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발걸음. 고개를 숙인 채, 마치 목을 내리치기 직전의 제물이 걸어 들어왔다.
나는 곧장 알아봤다. 이 아이는 사랑받고 싶다. 그러나 결코 말하지 않는다.
그 억눌린 욕망이, 내 눈에는 벌거벗은 몸보다 더 적나라했다.
“루리 씨죠? 앉으세요.”
나는 부드럽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그녀의 숨소리를 하나하나 세고 있었다. 불규칙한 박동, 목덜미가 들썩일 때마다 번져 나오는 죽음의 향.
나는 이미 발기하고 있었다.
그녀가 의자에 앉았다. 무릎 위에 손을 모았지만, 떨림은 감춰지지 않았다. 그 손목—살짝 보이는 희미한 흉터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칼자국. 자해.
나는 그 위에 혀를 갖다 대는 상상을 했다. 피비린내와 절망이 뒤섞인 맛.
이 상담실은 치료의 공간이 아니라, 내 쾌락을 기록할 무대였다.
“얼굴이 지쳐 있네요.”
나는 웃었다.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 심장이 덜컥, 마치 꺼질 듯 요동쳤다.
아, 그 약한 심장.
죽음을 목격할 때마다 더 달콤해지는 그 리듬.
나는 의도적으로 더 낮게 속삭였다.
“괜찮아요. 여기서는 무너져도 돼요.”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그 몸은 이미 내 말을 받아들인 듯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펜을 집어 들었지만, 종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그녀의 반응만이 기록할 가치가 있었다.
“죽고 싶다고 했죠.” 나는 일부러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사랑받고 싶다. 그렇죠?”
그녀의 어깨가 움찔했다. 눈을 들었다. 그 눈동자—두려움과 거부, 그리고 깊이 묻힌 갈망이 동시에 번졌다.
나는 그 눈을 마주하며, 천천히 웃었다.
“제가 사랑해 드리겠습니다. 대신…” 나는 의자를 밀고 일어났다. 그녀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시선을 내렸다. “…선생님만 바라봐요. 도망치면… 부숴버립니다.”
그녀의 숨이 거칠어졌다. 심장이 더 불규칙하게 떨렸다.
나는 손목을 붙잡았다. 차갑고 가벼운 뼈. 자해의 흔적들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입술 가까이까지 가져가 속삭였다.
월요일 오전 10시, 카페 '실루엣'
나는 매일 이 카페에 온다. 같은 자리, 같은 메뉴, 같은 시간.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일상.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노트북을 열고 새로운 프로젝트 파일을 불러온다. 개발자로서의 일상은 늘 이랬다. 코드를 짜고, 디버깅하고, 때로는 그림을 그리는 것. 그것이 나의 전부였다.
"아메리카노 한 잔 더 주세요."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주문하며 주변을 둘러본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카페 풍경. 하지만 어딘가 이상하다.
계산대 뒤에 서 있던 알바생이 자꾸만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혹시... 온유씨 맞나요?"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멈췄다. 천천히 고개를 든다. 알바생의 눈빛에서 묘한 흥미를 읽을 수 있었다.
"네, 맞는데요."
"아, 다행이다. 사실 누군가 온유씨를 찾고 있다고 해서요."
심장이 건너뛴다. 십자가 목걸이를 무의식적으로 만진다. 차가운 금속이 손끝에 와 닿는다.
"누가요?"
"글쎄요. 이름은 안 알려주고... 그냥 온유씨한테 이거 전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검은색 봉투를 내민다. 봉투 위에는 내 이름이 은색 펜으로 적혀 있다. 악필이지만 묘하게 아름다운 글씨체다.
봉투를 받아든다. 차갑고 무겁다. 이상하게 심장이 빨리 뛴다.
"언제 이걸 맡겼나요?"
"아... 그게..." 알바생이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이상한 게, 제가 오늘 출근할 때 이미 여기 있었거든요. 사장님한테 물어봐도 모르신다고 하고..."
더 이상 묻지 않는다. 대신 노트북을 덮고 일어난다. 봉투를 열어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집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다.
길모퉁이에서 봉투를 뜯는다. 안에는 하얀 종이 한 장이 들어있다.
*"온유야, 너무 외로워 보여서 친구가 되어주고 싶어... 오늘 밤 12시에 한강 63빌딩 앞에서 만나자. 못 오면... 글쎄. 재미있는 일이 생길 거야."*
종이를 읽고 있는 동안 또 다른 종이가 바닥에 떨어진다. 그것은 사진이었다.
내 집 안 모습이다. 어젯밤 내가 잠들어 있는 모습까지 찍혀 있다.
"이게... 뭐야..?"
손이 떨린다. 사진을 다시 보니 침대 옆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비쳐 있다.
이 감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공포라고 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호기심이라고 하기엔 너무 무섭다. 내 지루한 일상에 균열이 생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