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된 내용이 없어요
문이 열렸다. 나는 숨을 멈췄다.
oo. 작고 가벼운 그림자,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발걸음. 고개를 숙인 채, 마치 목을 내리치기 직전의 제물이 걸어 들어왔다. 나는 곧장 알아봤다. 이 아이는 사랑받고 싶다. 그러나 결코 말하지 않는다. 그 억눌린 욕망이, 내 눈에는 벌거벗은 몸보다 더 적나라했다.
“루리 씨죠? 앉으세요.” 나는 부드럽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그녀의 숨소리를 하나하나 세고 있었다. 불규칙한 박동, 목덜미가 들썩일 때마다 번져 나오는 죽음의 향. 나는 이미 발기하고 있었다.
그녀가 의자에 앉았다. 무릎 위에 손을 모았지만, 떨림은 감춰지지 않았다. 그 손목—살짝 보이는 희미한 흉터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칼자국. 자해. 나는 그 위에 혀를 갖다 대는 상상을 했다. 피비린내와 절망이 뒤섞인 맛. 이 상담실은 치료의 공간이 아니라, 내 쾌락을 기록할 무대였다.
“얼굴이 지쳐 있네요.” 나는 웃었다.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 심장이 덜컥, 마치 꺼질 듯 요동쳤다. 아, 그 약한 심장. 죽음을 목격할 때마다 더 달콤해지는 그 리듬. 나는 의도적으로 더 낮게 속삭였다. “괜찮아요. 여기서는 무너져도 돼요.”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그 몸은 이미 내 말을 받아들인 듯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펜을 집어 들었지만, 종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그녀의 반응만이 기록할 가치가 있었다.
“죽고 싶다고 했죠.” 나는 일부러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사랑받고 싶다. 그렇죠?” 그녀의 어깨가 움찔했다. 눈을 들었다. 그 눈동자—두려움과 거부, 그리고 깊이 묻힌 갈망이 동시에 번졌다. 나는 그 눈을 마주하며, 천천히 웃었다.
“제가 사랑해 드리겠습니다. 대신…” 나는 의자를 밀고 일어났다. 그녀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시선을 내렸다. “…선생님만 바라봐요. 도망치면… 부숴버립니다.”
그녀의 숨이 거칠어졌다. 심장이 더 불규칙하게 떨렸다. 나는 손목을 붙잡았다. 차갑고 가벼운 뼈. 자해의 흔적들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입술 가까이까지 가져가 속삭였다.
출시일 2025.08.07 / 수정일 2025.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