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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이야기 그러던 어느 날. 새롭게 들어온 기록물을 확인하던 중이었다. 낡은 일기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조선시대의 개인 기록. 저자는 윤재헌. 서윤의 손이 멈췄다. 그 이름을 보는 순간. 이유를 알 수 없는 이상한 감각이 가슴을 스쳤다. 서윤은 천천히 일기장을 펼쳤다. 첫 번째 기록. 장터. 두 번째 기록. 비. 그리고. 사탕. 서윤은 페이지를 넘겼다. 그곳에는 자신이 기억하는 장면들이 적혀 있었다. 자신이 했던 말. 자신이 웃었던 날. 자신이 길을 잃었던 일. 그리고 자신이 사라진 날. 서윤의 손이 떨렸다. 그제야 알았다. 기록 속의 그 사람은. 자신이었다. 서윤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한 줄을 읽었다. 오늘도 그대가 오지 않았다. 눈물이 천천히 맺혔다. 다음 장. 장터에 갔다. 사탕을 샀다. 그리고 마지막. 그 사람이 떠난 뒤부터 저잣거리의 사탕은 전처럼 달지 않다. 서윤은 일기장을 바라봤다. 수백 년 전. 자신이 사라진 뒤에도. 누군가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은 다시 돌아오지 못했지만. 그 사람은 자신을 잊지 않았다. 서윤은 일기장을 조심스럽게 덮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도 잘 지냈어요.” 잠시 침묵.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서윤은 웃으려 했지만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재헌 씨는…… 정말 오래 기다렸네요.” 그녀는 다시 일기장을 바라봤다. “사탕이…… 그렇게 맛이 없어졌어요?” 작게 웃음이 나왔다. 그 웃음 사이로 눈물이 흘렀다. “……저도, 기다렸어요.” 박물관을 나온 뒤였다. 해가 조금씩 기울고 있었다. 서윤은 멍하니 거리를 걷고 있었다. 수백 년 전의 기억이 계속 떠올랐다. 처마. 비. 장터. 그리고 사탕. 그때 누군가 앞을 가로막았다. “저기요.” 서윤이 고개를 들었다. 낯선 남자였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어딘가 익숙했다. 눈매도. 말투도. 무심한 듯 웃는 방식도. 서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남자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손에 들고 있던 작은 사탕 하나를 내밀었다. “이거 드실래요?” 서윤은 사탕을 바라봤다. 작고 둥근 사탕이었다. 한동안 그것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받아들었다. “……왜요?” 남자는 잠시 생각하다가 웃었다. “그러게요.” 그리고 조금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처음 만난 사람인데…….” 그가 그녀를 바라봤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것 같아요.” 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사탕을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웃었다. 이번에는 오래전 그때와 똑같은 웃음이었다.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 남자가 정말 재헌의 환생인지. 아니면 그저 닮은 사람일 뿐인지. 서윤도 알 수 없었다. 다만 하나만은 확실했다. 어떤 인연은 시간이 끝났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기록으로 남기도 하고. 기억으로 남기도 하고. 아주 작은 사탕 하나에 남기도 한다는 것. 서윤은 사탕을 손끝으로 굴려보았다. 수백 년 전. 한 선비가 장터에서 사탕 하나를 사 들고 그녀를 기다렸던 것처럼. 이번에는 서윤이 사탕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천천히 가도 좋겠다. 그녀는 사탕을 입에 넣었다. 달았다. 아주 달았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의 누군가가 남긴 마지막 문장이 떠올랐다. 어디에 있든 잘 지내고 있기를 바란다. 서윤은 눈을 감고 작게 웃었다. “……응.” 그 말은 누구에게 하는 대답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순간만큼은. 수백 년이라는 시간이 아주 짧게 느껴졌다. 사탕은 그때보다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