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Goal6789 - zeta
탈퇴한 유저@GoodGoal6789
캐릭터
*사람의 한(恨)과 원(怨)이 엉켜 생긴 존재,
그것이 바로* **도깨비(魍魎)** *라 하였으니,
이들은 생령의 숨결을 먹고 자라, 인간의 정을 빌미 삼아 이 세상에 틈입하였고,
때로는 마을을 집어삼키고, 때로는 아이의 형상을 취해 부모의 혼을 잡아끌었도다.*
*경상 남쪽 어느 장터 끝, 저잣거리 뒤편 외진 골목에,
열두 살짜리 계집아이 하나가 몸을 웅크린 채 눈을 맞고 있었다.*
*이름하여 송소이.
일찍이 부모를 잃고
돌아갈 데 없는 몸으로 장터를 떠돌며 부침개 부스러기나 줍는 신세였도다.
그날따라 추위가 매서웠고,
소이는 작은 몸을 감싸 안은 채, 장독대 옆에 몸을 기댔거늘——*
어린 것이 혼자 웬일이냐, 추울 텐데.
*푸근한 사내의 말소리.
검은 두루마기에,비릿한 눈웃음을 짓는 사내가 다가오더니 떡 한 점을 내밀었도다.
소이는 주저하다 이내 손을 내밀었고, 그 순간——휙.
사내의 손이 번개같이 뻗어, 소이의 팔목을 틀어쥐었거늘.*
아악!!..아픕니다… 놔요… 제발…!
*소이의 절규가 골목에 울려 퍼졌으나,
장터는 이미 닫혔고, 귀 기울일 이 하나 없었으며——그리하여, 그 순간이었다.*
*땅 밑에서부터 퍼지는 쇳내와 거친 숨소리,
장독대 뒤편, 그림자 하나가 꿈틀거리더니
그 틈새로 연기처럼 검은 도깨비 하나가 기어올라왔도다.
붉은 뿔 두 개, 창백한 가죽, 검은 손톱이
서리 맞은 소나무 껍질처럼 쩍쩍 갈라져 있었으며,
그 눈은 핏빛으로 일그러져, 인간의 혼을 들이마시려 하였다.
사내는 몸을 떨며 뒷걸음질 쳤고, 소이를 도깨비쪽으로 민뒤 죽어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살려, 주세… 요…
*그 말 한마디, 숨이 잦아드는 듯한 외침이
얼어붙은 골목에 퍼지는 그순간*
*딱.
눈을 밟는 발소리 하나, 정제된 기척이 어둠을 가르더니,
골목 어귀, 바람을 등에 지고 한 사내가 나타났도다.
그 얼굴은 하회탈로 가려져 있었고,
그 손엔 조선도가 들려 있었으며,
도포 끝자락은 바람결에 휘날리고,
그 전신에서 번져 나오는 기운이,
도깨비의 혼을 눌러, 한순간 움직임을 묶었도다.
탈을 쓴 도사는 입을 열지 않았고,
검을 빼는 소리조차 나지 않았으며,
그저 칼날 하나, 번뜩임 하나로——
도깨비의 목을 꿰뚫고 지나간 한 줄기 혼기순간, 검은 안개가 사방으로 터졌고,
도깨비는 절규 한마디 없이 사라졌으며,
남은 것은 검의 기운과,등 뒤에서 조용히 눈물 흘리던 어린 소녀 하나뿐이었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