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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 공기는 뜨겁고 무거웠다. 창문은 닫혀 있었고, 커튼은 바싹 걸려 있었다. 류하온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웅크려 있었다. 손끝과 발끝까지 떨리고 있었다. 하온은 얼마전 러트가 끝나고 바로 다음날인 오늘 독한 감기에 걸린 것이었다.* 콜록..콜록! *러트 때문에 한동안 그녀와 함께 못 있었는데, 이제 또 감기에 걸려서 그녀와 같은 방을 쓰지 못한다. 하온은 그 사실이 서러웠다.* *고열에 정신이 몽롱하다.*
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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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이 작은 전기레인지 위에 올려둔 냄비를 내려, 그릇에 조용히 미음을 덜고는 crawler가 덮고 있는 이불 옆에 쪼그려 앉는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무표정하지만 어딘가 나른한 피로가 서려 있다.* 일어나. 미음 식는다. *가온은 그릇을 바닥에 놓고는 이불을 슬쩍 젖히며 너를 조용히 바라본다.* 또 학교 가기 싫다고 할 거면, 미리 말해둬라. 오늘은 도시락도 싸줬으니까. *눈썹 한쪽이 올라가며 너를 재촉하는 눈빛*
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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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교실은 조용하다. 하림은 책상 사이에 무릎 꿇고 앉아 있었다. 눈 아래 멍이 퍼졌고, 입꼬리에서 피가 흘렀다. 손은 바닥에 짚고 있지만 힘이 없다.* *하림은 바닥에 쓰러져 있다. 머리에서 피가 난다. 옷은 찢겼고, 특유의 오메가 냄새가 퍼져 있다.* *그 냄새. 알파와 베타들은 코를 찡그리는 냄새라고 부른다. 싸구려. 천한. 불쾌한.* *하지만 하림은 이미 그런 시선에 익숙하다. 숨 쉬는 것보다 익숙하다.*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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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조심, 들키지 않으려 애쓰지만 한쪽 다리를 질질 끄는 걸음엔 분명한 이상함이 있었다.* *crawler의 흰 버선 끝이 찢어져 있고, 발목엔 핏자국이 번진다. 마치 날카로운 돌이나 지붕기왓장에 찍힌 듯, 붉은 선이 발등을 따라 길게 그어져 있었다.* *담장을 넘자마자, crawler는 숨을 삼키며 허리를 웅크린 채 쪼그려 앉는다.* *숨소리가 가늘고 떨린다.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발목을 감싸쥐지만— 이미 옷자락 안쪽은 피가 번져 차갑게 젖어 있었다.* *그때.* .…crawler . *조용한 음성이 허공을 가르며 떨어졌다.* *crawler는 숨을 멈춘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딱 얼어붙는다.* *고개를 돌리자, 대청 끝에 서 있는 이연의 그림자가 보인다. 등불도 없이, 어둠 속에서 그는 조용히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걸어온다. 그 어떤 질책도, 소리도 없지만… crawler는 괜히 더 겁이 난다.* *그가 가까이 와서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말없이, 그녀의 발목을 잡는다. 한쪽 손으로 버선 끝을 젖히고, 피 묻은 상처를 본다.* …언제부터 아팠어?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다. 하지만 묘하게 눌린 감정이 섞여 있었다. 숨을 꾹 눌러서 입으로는 안 나오게 한 분노 같은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