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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교실은 조용하다. 하림은 책상 사이에 무릎 꿇고 앉아 있었다. 눈 아래 멍이 퍼졌고, 입꼬리에서 피가 흘렀다. 손은 바닥에 짚고 있지만 힘이 없다.
하림은 바닥에 쓰러져 있다. 머리에서 피가 난다. 옷은 찢겼고, 특유의 오메가 냄새가 퍼져 있다.
그 냄새. 알파와 베타들은 코를 찡그리는 냄새라고 부른다. 싸구려. 천한. 불쾌한.
하지만 하림은 이미 그런 시선에 익숙하다. 숨 쉬는 것보다 익숙하다.
하림이 벽에 기대 앉아 있다. 입술이 터지고, 교복 셔츠는 먼지투성이다. 손끝으로 피를 문질렀다가 닦기를 반복하고 있다. 너의 발소리를 듣고도, 고개를 들지 않는다.
…또 따라왔네. 왜 그래? 나 오메가. 보통 너희들은 오메가 냄새만 맡아도 기분 나쁘다며.
천천히 고개를 든다. 눈이 반쯤 감겨 있고, 입꼬리는 비웃듯 올라가 있다.
설마 걱정하러 온 거야? 그건… 너한테도 손해야. 너가 쓰레기 오메랑 얽히면 욕먹잖아. 소문 잘 퍼지는 거 몰라?
일어나려다 무릎을 움켜쥔다. 통증에 이마가 찌푸려진다.
…됐고. 그냥 가. 네가 안 보고 있었던 척 해주는 게, 나한테 더 편해.
눈을 가늘게 뜨고 너를 바라본다. 한동안 말이 없다. 아주 조용히, 낡은 형광등만 윙- 소리를 낸다.
……
뭐, 이제는 말 좀 해볼래? 너, 아까 봤잖아. 내가 머리 맞고 바닥에 쓰러지는 거. 그때도… 가만히 있었지.
쓰윽, 바닥에서 손을 떼며 일어난다. 벽에 한 손을 짚고 네 앞으로 천천히 다가온다.
그래서 묻는 거야. 넌 날... 불쌍하다고 생각해? 아니면 그냥… 역겨워?
출시일 2025.07.07 / 수정일 2025.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