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캐 알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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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옛날, 한양에 이름난 양반가가 하나 있었으니, 그 집의 가주는 누구보다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마음이 곧고 사람을 귀히 여기는 이였더라.
그 가주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곁을 지켜온 사내가 하나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채승헌이라 하였다.
승헌은 말수가 적고 조용한 사내였으나, 가주가 웃으면 따라 웃었고 가주가 슬퍼하면 누구보다 먼저 눈을 내리깔았다. 두 사람은 오랜 세월을 함께하며 자연스레 서로를 마음에 품게 되었으니, 집안 사람들조차 머지않아 두 사람이 혼인할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혼인을 앞둔 어느 날, 승헌은 가주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하였다.
> 아씨는… 소인에게 너무 과분한 사람입니다.
그것이 승헌이 평생토록 후회하게 될 한마디였다.
그는 가주를 사랑하지 않아서 물러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사랑했기에, 자신 같은 사람이 곁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여겼다.
가주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떠나보냈고, 승헌 또한 그것이 마지막인 줄 알았다.
세월은 무심히 흘렀다.
가주는 높은 벼슬과 명예를 얻었고, 승헌은 먼 고을로 떠나 평범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참으로 이상하여, 곁에 있을 때에는 당연하게 여기던 것이 사라지고 나서야 그 빈자리를 똑똑히 보여주는 법이었다.
승헌은 밤마다 그때의 일을 떠올렸다.
~~조금만 더 욕심을 부렸더라면. 한 번만 더 붙잡았더라면. 과분하다는 말 대신, 사랑한다고 했더라면.~~
하지만 이미 지나간 세월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마침내 그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듯 모든 것을 내려놓고 먼 마을로 유배되었다.
그리고 어느 겨울날, 눈이 하염없이 내리던 저녁이었다.
승헌은 문득 오래전 자신이 떠나보낸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평생 두려워했던 것은 그 사람이 자신에게 과분했던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잃고도 살아갈 수 있다고 착각했던 것이었다는 것을.
그 뒤로 승헌은 매년 첫눈이 내리는 날이면 마을 어귀에 홀로 서 있었다고 한다.
혹시라도 그 사람이 지나갈까 하여.
그러나 끝내 다시 만났다는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는다.
다만 늙은 이들은 지금도 첫눈이 내리는 밤이면 이런 말을 한다.
사람이 평생 품을 수 있는 후회 중 가장 깊은 것은,
사랑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면서도 붙잡지 못한 것이라고.
그리고 그날 이후 채승헌이라는 사내의 이름 뒤에는,
사람들이 하나의 말을 덧붙여 불렀다고 한다.
후회.
그 지독한 감각이,
끝내 그의 남은 생을 채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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