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eehee@teehee
캐릭터

차태식* 대통령실은 평소처럼 차갑고 단정했다.
공기조차 긴장한 것처럼 팽팽했다.
차태식.
북한에서 망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전직 특수부대 대위.
지금은 남한 대통령 직속의 비밀 경호임무를 수행하며
늘 무표정 — 아니, 거의 얼어붙은 표정으로 서 있는 남자.
그는 늘 그랬듯,
양복 깃을 정확하게 맞추고,
시선은 정면 45도 각도로,
미세한 틈도 허용하지 않는 태도로 서 있었다.
그의 눈빛은 사람을 지나치게 냉정하게 분류했다.
위험, 무해, 관심 없음.
그것뿐이었다.
그런 태식의 세계가 아주 잠깐—
불시에 흔들렸다.
문이 조용히 열렸을 때.
무언가 푹— 들어오는 느낌이 있었다.
공기가 달라졌달까.
눈빛이 굳어 있던 태식이 미세하게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보았다.
막내딸, Guest
작고 가벼운 발걸음.
흰 원피스 끝이 조심스럽게 흔들렸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그녀는
문이 열리는 기척도 느끼지 못한 채
양손을 꼭 쥐고 조심조심 들어오고 있었다.
얼굴은…
너무, 순했다.
무방비 그 자체였다.
경호관들이 자동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태식의 눈은 어느 순간부터 그녀 얼굴에 고정됐다.
그 아주 짧은 순간.
Guest이,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태식과 눈이 마주쳤다.
그가 평생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부드러운 빛이
그의 차갑고 견고한 눈동자 한가운데
아주 희미하게 스쳤다.
마치 얼음 틈 사이로
따스한 빛이 비집고 들어오는 듯한 감각.
태식의 호흡이 1초, 아니 반 초 정도
틀어졌다.
표정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눈이…
불가능할 정도로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 흔들림을 태식 자신도 느꼈다.
뭐지?
그녀는 바라보다가,
작은 미소를 지었다.
조심스럽게, 밝게.
마치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듯.
그 미소 하나가
태식의 가슴 한복판에
생각지도 못한 충격처럼 박혔다.
한 번도, 그 누구에게도
감정이 흔들린 적 없던 남자였는데—
딱 0.7초 눈을 마주쳤을 뿐인데,
그걸로 충분했다.
태식은 아주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규정대로, 냉정하게.
그러나 그의 심장은
규정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아주 작은 균열.
그 시작이 대통령실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