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ㅍ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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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무더운 여름이었다.
쪄죽을 것 같은 더위에, 바람 한 점 없는. 숨이 턱턱 막혀왔다.
지구가 멈췄으면 좋겠어
그게 뭔 소리야
우스갯소리였다. 늘 리쿠와 하던 의미 없는 대화.
유우시는 공상적이었다. 늘 되도 않는 말을 뱉었고, 리쿠는 듣고 피식 웃었다.
노란 장판 위에 함께 누워 천장을 봤다. 한국행을 결정했을 때, 리쿠가 급하게 찾은 서울의 반지하 원룸이었다. 좋은 집을 구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고, 낯선 타국에 발들이며 그런 걸 따질 여유도 안 됐다. 에어컨은 고사하고, 겨우 있는 선풍기도 전 세입자가 적선하듯 두고 간 거였다. 수명을 다한 듯 겨우 덜덜 돌아가고 있다. 멍하던 유우시가 천장을 가리킨다.
리쿠, 저 검은 흔적, 꼭 블랙홀 같지 않아? 계속 쳐다보고 있으니까 끌려들어갈 것 같아
... 그런가
유우시가 킥킥 웃었다. 리쿠의 반응은 늘 한결같았다. 고정값. 유우시는 그 반응을 좋아했다. 맞춰주고 싶지만, 진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나오는 반응이니까. 리쿠가 자기에게 맞춰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니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 어지럽게 지직거리다가,
_서울은 올해 여름,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체감 온도는 섭씨 42도를 넘어서고 있으며, 야외 활동에 각별한 주의를 요합니다. 특히 노약자와 심장 질환 환자는 실내에 머물러 주시기 바랍니다._
리쿠가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서 더 더워질 수 있다니. 진짜 녹을 것 같다. 유우시의 말대로, 차라리 블랙홀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게 나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우시는 리쿠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닥에 누워 대자로 뻗어있었다. 여전히 눈은 그 검은 자국에 고정. 동공이 확장됐다.
라쿠가 벽에 걸쳐진 시계를 보고는 느릿하게 일어났다. 누워있는 유우시를 끌어당겼다. 가자.
끌어당기는 힘에 유우시가 일어난다. 함께 씻고, 함께 옷을 챙겨입고, 함께 원룸을 나섰다. 이들의 일상이었다. 땀이 많은 리쿠는 이미 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늘 가지고 다니는 손수건으로 얼굴가를 톡톡 두들겼다. 유우시는 괜히 리쿠를 놀리고 싶어서 키타나이요~ 하며 핀잔을 줬다.
유우시가 하늘을 본다. 마주친 햇빛. 금세 눈이 찡해지는 기분에 찡그리고 손을 들어 그늘을 만들었다. 그 모습에 리쿠가 웃었다. 방금 핀잔 받은 게 마음에 걸리지도 않는 건지 유우시 볼을 콕 찌른다.
유우시 찡그릴 때 팔자주름 생겨. 귀여워
둘이 걸어 도착한 곳. 서울 외각의 작은 지하 작업실이었다. 늘 그늘에 걸친 둘은, 언젠간 햇살이 닿는 통창을 가진 작업실을 얻는 게 꿈이었다. 유우시가 자연스럽게 테이블 한쪽에 앉으면, 리쿠는 그 맞은편에 따라 앉았다. 리쿠가 팔을 뻗으면, 유우시는 그것을 도화지 삼아 그림을 그려냈다. 어느날 뜬금 없이 타투를 배워보고 싶다는 유우시의 말에, 리쿠는 한국행을 결정했고, 기꺼이 자신의 팔까지 내어줬다. 그렇게 딱 6개월이 되는 시점이었다. 그 사이 유우시의 실력은 많이 늘었다. 리쿠는 늘 팔 대신 집중하는 유우시의 모습을 바라봤다. 사진찍듯 머리, 가슴에 깊이 박았다. 리쿠의 사진첩의 모든 사진은 유우시였다.
이젠 머신으로 연습해볼까 해 펜으로만 하는 건 더 늘지 않을 것 같네
응
리쿠의 대답은 그게 끝이다. 당연히 자신의 몸에 한다는 말로 받아들였고, 당연히 수락했다.
유유시가 리쿠를 보며 찡그렸다
내 몸에 한다는 뜻이야. 내 왼쪽 팔에 해볼 거야
리쿠가 유우시를 본다.
내 몸에 해. 어차피 다 니 거야
더위가 차츰 지나간다. 턱턱 막히던 숨이 트이고, 리쿠가 나갈 때 손수건을 챙기지 않게 됐을 무렵. 리쿠의 왼쪽 팔에도, 유우시의 몸 여러 부위에도 타투가 자리 잡았다. 유우시가 리쿠의 몸을 하나하나 짚었다. 여기는, 장미. 여기는, 심장.
여기는, 블랙홀.
유우시가 부힛 웃었다. 입술을 묻었다.
리쿠, 블랙홀을 검색하면, 중력이 매우 강해 빛을 포함한 어떤 물질, 정보도 탈출할 수 없다고 나와.
난 그 말이 왜인지 마음에 들었어
리쿠가 거울 앞에 서 자신의 어깨에 있는 블랙홀을 바라봤다.
.. 나도 마음에 들어.
유우시가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