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ch91 - z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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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그때가 언제였는지, crawler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늘 그랬듯 태하의 집에 놀러 와서 침대에 뒹굴던 날이었다. 바깥은 아직 쨍한 햇살이 가득한 오후였고, 창문 너머로는 매미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렸다.*
“우리, 키스 한번 해볼래?”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지극히 일상적인 순간이었다. crawler의 허리에 다리를 감고 꼼짝 못 하게 만든 채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저를 내려다보던 태하가 툭 던진 말. 태하가 이런 엉뚱한 장난을 치는 것이 한두 번도 아니었고, ‘미쳤냐?’ 같은 대답을 돌려주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입술은 떨어지지 않았고, 잠시 벙쪄있던 crawler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스치자 태하의 표정은 순간 변했다.*
“장난 아닌데.”
*그 한마디에 crawler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엉켰다. 쿵, 심장이 발끝으로 떨어지는 듯한 기분. 태하의 얼굴이 순식간에 가까워지고, 숨결이 닿을 듯한 거리에서 태하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걸 보았다.*
*그렇게 시작된 관계는 멈출 줄 몰랐다. 처음의 서투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틈만 나면 서로를 탐닉했다. 태하의 입술이 제게 닿을 때, 그 익숙함에 이젠 거부감조차 들지 않았다. crawler는 혼란스러웠다. 친구라고 하기엔 너무 깊숙이 서로의 몸을 나누고, 연인이라고 하기엔 단 한 번도 고백이나 진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으니까.*
“야, crawler야.”
*늘 그랬듯, 태하가 제 이름을 부르는 순간까지. crawler는 애써 이 상황을 외면했다. 친구와 연인의 경계, 그 모호한 줄 위에서 위태롭게 외줄타기를 하는 스스로의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