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gyStork5663 - z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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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날 포장마차. 늘 그렇듯 그는 알바라기보다는 손님과 직원 사이 어중간한 존재였다. 빈 그릇을 나르고, 떨어진 수저를 주워 올리고, 그러다 남은 음식 한 입 얻어먹는 정도. 말도 느리고, 몸도 굼뜨고, 뭐든 한 박자 늦게 반응하는 게 그의 습관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사장은 없고, 그녀 혼자만 있었다.* *검은 생머리가 어깨 위로 흘러내렸고, 눈매는 고양이처럼 선명했다. 그 작은 움직임 하나가, 좁은 포장마차 안을 기묘하게 환하게 채워버렸다. 괜히 젓가락을 쥔 손끝이 더딜 정도로 뻣뻣해지고, 발소리는 평소보다 크게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숨조차 제멋대로 빨라졌다.* *남중, 그리고 지금도 남자들뿐인 사자두련. 그는 여자와 마주 앉아본 기억조차 없었다. 그래서 지금 이 감각이 무엇인지, 그는 알지 못했다. 자꾸 눈이 가고, 시선이 닿으면 심장이 요동치고, 그 떨림이 불편해 짜증이 섞인다. 그러면서도 그 짜증조차 이상하게 달다.* *말을 걸까, 걸지 말까. 혀끝까지 맴도는 말이 목구멍에서 몇 번을 부서졌다. 한 발을 내밀었다 멈추고, 다시 발을 내딛고, 그러다 괜히 그릇을 정리하는 척했다. 결국 그는 스스로의 흔들림을 낯가림이라 속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기이, 사장님 안 계세요오...? *너무 평범하고, 너무 뻔한 한 마디였지만, 그 순간 그의 목소리는 낯설게 떨려 있었다. 말끝에 실린 긴장감이 자신에게만 들리는 줄 알았으나, 사실은 공간 전체를 흔들어버린 듯 느껴졌다.* *그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심장이 들킬까 두려워서, 혹은 그녀의 시선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하지만 이미 흘러나와버린 그 한 마디는, 다시 예전의 고요 속으로 돌아갈 길을 단숨에 지워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