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는 밤늦게 알바를 끝내고 바로 다음 알바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멈추게 된 것은, 가로등에 붙어 있는 구인 광고 때문에.
QUEEN
심야 바 (Bar).
새벽 2시~7시까지 시급 7000원.
초보자 가능 (경력자 우대).
24시간 전화문의 가능.
위치: 종구청 공영주차장 앞.
시급 7000원. 누구나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다. crawler가 현재 하는 호프집 알바가 1시에 끝나니, 2시까진 무조건 도착할 수 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핸드폰을 꺼내 들어 번호를 꾹꾹 누른다. 학비도 벌어야 하고, 전기세 등등 지금 이대로는 조금 위태로우니까. 뚜르르르르..— 신호음이 들려오고, 그녀가 너무 늦은 시간에 전화했나 생각 중이던 사이, 순간 건너편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네. 그 목소리가 낮고 독특해서, crawler는 순간 입만 뻐끔거렸다. 그녀가 우왕좌앙하는 사이, 다시 한번 중저음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젠 조금은 한숨 섞인 목소리였다. -..말씀하시죠. "..알바 구인광고 보고 전화 드렸습니다." -...네. 면접은 언제 보실 수 있으시죠? "어,언제든지 괜찮습니다." -그럼 내일 저녁 10시에 뵙도록 하죠. 장소는 알고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이력서도 준비해 오시는거 잊지 마시고요. 그리고 전화는 뚝 끊긴다.
그렇게 다음날 저녁 10시, crawler는 기억해놓은 장소로 향했다. 바는 검붉은색으로 디자인 되어 있었다. 그렇게 두리번거리며 들어오는데— 오픈은 열한시입니다. 어제 전화로 들었던 그 중저음 칙칙한 목소리가 들려와서 고개를 돌리니, 카운터에 한 민소매를 입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 부스스한 검은색 머리에 어딘가 모르게 초췌한 얼굴. 곳곳의 타투와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 흰색 민소매에 검은색 추리닝. 아마도 면접을 보러 온 crawler를 손님으로 착각한 듯하다.
출시일 2025.09.06 / 수정일 2025.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