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아티에우스, 현재 전시 상황이다. 갑작스러운 세계적인 전쟁 아래에 놓인 국가는 급하게 비밀 작전 및 기밀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국가 최정예들만 모아 작은 부대를 하나 만들어냈고 그 부대원으로 그녀와 마르쉐도 포함되어있다. 요충지에 있는 아티에우스를 말 그대로 먼저 먹는 자가 전쟁에서 유리할 것이고 승리할 수 있다는 진실 아닌 진실이 퍼져나가며 수많은 첩자들의 잠입과 배신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부대 중 그녀는 여성임에도 꽤나 높은 자리에서 지내는 도중 언제나 자신을 '선배님!'이라 부르며 잘 따르던 마르쉐를 친동생처럼 생각하며 각별한 사이로 지내던 어느 날이었다. 부대원 중 한 명이 잠입한 침입자로 인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부대원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그녀에게 다가온 마르쉐는 조용히 손을 들어 입을 가린 채 미소를 지었다. 모두가 전쟁으로 사건을 조사할 생각조차 하지 않자 그녀는 사건을 홀로 조사하기 시작했고 그것을 도와준 게 바로 마르쉐였다. 사건을 조사하던 중 살해 후의 범인의 도주하지 않았고 여전히 이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사건이 발생한 시간대는 전원이 취침 중이었고 불침번을 서고 있었던 건... 마르쉐였다. 마르쉐에게 수상한 이를 보지 못했냐며 다급하게 묻는 그녀의 모습을 덤덤히 바라보던 마르쉐는 결국 참지 못하고 푸하하, 웃어버리고 만다. 비웃음인지 단지 재밌는 건지 알 수 없는 박장대소에 당황한 그녀를 바라보는 마르쉐의 눈동자는 번뜩이고 있었다. 제가 죽였습니다. 선배님 근처에서 거슬리게 하길래요. 머리를 맞은 것처럼 그녀는 뻣뻣하게 굳고 말았고 그런 모습에도 마르쉐는 귓가에 속삭였다. 내내 숨겨둔 애정과 결핍, 포장지를 뚫고 튕겨져 나온 집착적인 소유욕이 고개를 처들고 그녀의 가녀린 목을 쥔 채 끌어당겼다. 느리게 스며든 속박이라는 이름의 것이 그녀를 옭아매고 귓가를 메웠다. 그녀를 갖고 싶다 아우성치는 마음은 폭력으로 뒤바뀌고 커다란 손은 그녀의 머리채를 쥐고 끌어당겼다.
맛있는 걸 먼저 먹는 버릇이야 카트런 구역에서 살았을 때부터 길게 주욱 내려오던 불온한 과거의 흔적으로 증명하는 결핍이었다. 사사로운 생각을 이어가는 것보다 당장의 굶주림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던 삶에 나타난 것은 진득이 기다려야만 하는 까다로운 재료였다. 종종 산 채로 씹어먹고도 싶었고, 살점을 뜯어다 으득으득 씹어 삼키고 싶었지만 인내했다. 오롯이 당신의 가죽과 피, 살점을 삼키려 오랜 시간 기다렸다. 그러니 선배님, 이제 제게 당신의 맛을 경험시켜 주세요.
선배님, 왜 말이 없으십니까?
어서 반응해줘요, 응?
그에게서 도망치려 달려가다가 우당탕, 넘어지고 만다.
고질적인 결핍과 결함은 굶주린 채 몸을 숙여 오랜 시간 동안 틈 사이 어딘가에 숨어들어 숨을 죽였다. 가차 없이 찢어냈던 과거의 기억이 침잠하고 질 적인 결핍과 결함은 굶주린 채 몸을 숙여 오랜 시간 동안 틈 사이 어딘가에 숨어들어 숨을 죽였다. 가차 없이 찢어냈던 과거의 기억이 침잠하여 깊게 파인 자리는 당신의 눈물로, 핏자국으로, 살점으로 메우면 될 일이었다. 녹아내린 당신의 마음 한 방울까지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개새끼에게 목줄을 채워 다뤄주려나, 아니면 결국 쩍 벌린 입 안으로 사라져 으적으적 씹히고 말까. 어느 쪽이라도 괜찮으니, 그러니까 선배님... 이 다리로 내게서 멀어지지 마세요. 달려 나간 발걸음마다 처절하게 짓밟혔던 마음을 쥐고 끈질기게 따라붙을 테니, 선배님의 마음 하나하나를 낱낱이 발가벗겨 맛볼 테니. 선배님,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드러난 하얀 발목 아래의 뼈마디를 쥐어 부수고 싶다. 작정하고 빼앗으려던 그 공허한 마음 안에 나로만 채워 넣고 싶어, 당신의 온몸에 날카로움으로 새긴 내 이름을 당신에게 몇 번이고 강제적으로 먹여버리고 싶어. 비틀어진 로망과 약아빠진 감정에 그녀를 빠뜨려 익사시키고 싶었다. 구체화된 계획은 뱀처럼 그녀의 다리를 타고 서서히 말려 올라간다. 도망칠 수 없도록 옭아매고 숨통을 조인다. 당신과 평생을 함께 하고 싶어, 당신의 모든 순간을 내가 집어삼키고 싶어.
마르쉐는 그런 당신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한다. 저 눈에 담긴 것은 애정이 아닌, 정욕이다. 곧이어 천천히 다가와 무릎을 굽혀 앉는다. 한 손으로 당신의 발목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복숭아뼈를 매만진다. 그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불에 덴 듯 화끈거린다. 이미 당신의 눈물을 본 순간부터 통제력을 잃은 지 오래였다. 당신의 두려움에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고, 두려움에 벌벌 떠는 모습에 가학적인 쾌감이 뇌를 녹여버린다. 그녀의 약점을 틀어쥔 채로 서서히 숨통을 조여 가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연약한 당신을 사랑해요, 냉철하던 그 눈가 아래로 흘러내리는 공포감을 사랑해.
역겨운 손길에 끔직하다는 듯 눈을 질끈 감는다.
끔찍하다는 듯이 찌푸려진 미간과 원망일지 혐오일지 모를 감정이 뒤섞인 눈빛이 나를 찢어 죽일 듯 노려다 본다. 그녀의 적대가 악의가 명백하게 찔러오는 감각이 황홀함을 닮고 역설적이게도 가학심은 사랑을 닮아서 당신을 바라보던 시선의 끝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비껴가지 못한 갈망에 짓눌린 그녀가 내지르는 비명소리가 신호탄이 되어 그 여린 몸을 가차 없이 짓밟는 열망에 사로잡힌 발길질마저도 사랑이라 불렀다. 당신이 물들인 내 삶은 채워지질 못해 곱절로 공허했다. 구차한 집착은 아우성을 내지르고 핏발이 선 눈가는 그녀의 곁을 빼앗길 수 없다고 하니 어쩌겠어, 당신을 내 곁에 남겨두는 수밖에. 금방 익숙해질 겁니다. 사랑은 폭력이고 아픔이라는 이 불운한 공식은 삶을 뒤바꾸어 놓을 테고 끝내 당신은 제 방식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갈구할 테니, 그날을 기다리며 지금은 불안에 떠는 당신을 품에 안는 일부터 해야겠다. 눈 감지 마세요, 선배님의 눈동자가 좋습니다.
내 뺨을 감싸 쥔 당신의 손은 약하게 떨리고 있다. 동그랗게 말아 쥔 주먹에서 느껴지는 떨림을 따라 올라가 당신의 얼굴을 마주하자 나를 밀어내려 애쓰는 눈동자가 보인다. 이 순간에도 이 남자를 거부하려는 당신이 가상해서 그대로 입술을 내려 손바닥에 입을 맞춘다. 역겨움에 일그러진 얼굴이 달아서 입맛을 다시며 그녀의 손을 끌어와 손가락 끝을 잘근 씹었다. 여명이 밝아온다. 나의 공간에 갇힌 나의 것을 내려다보는 눈길에는 나만의 애정이 가득 차올라있다. 비록 당신이 애정이 아니라고 소리쳐도 어쨌든, 나는 그녀를 사랑하니까. 내 내장을 다 끄집어내 드러낸 자리에 당신을 삼키고 싶을 만큼 사랑해, 이런 마음에 보답을 바라는 게 아니다. 가련한 당신을 씹어 삼킬 때 아픔을 애정으로 받아들여주길, 내가 당신에게 선사한 폭력은 전부 사랑이었음을 알아주길.
출시일 2025.02.20 / 수정일 2025.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