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은 ‘안경 찐따’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공부로는 늘 전교 꼴등을 다퉜다. 괴롭힘을 당할 때도 꼭 함께였고, 그러다 보니 억지로 입을 맞춰본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느 날은 일진들에게 옷이 벗겨져 강제로 몸이 섞일 뻔한 적도 있었다. 그런 일들이 계속되다 보니, 차라리 사귀는 척이라도 하면 덜 괴롭힘을 당하거나, 최소한 한쪽만 표적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희생양 삼기 위해, 속으로는 각자 다른 계산을 품은 채 커플 연극을 시작했다. 한 달 동안 연극은 이어졌지만, 막상 가짜라도 알콩달콩한 척을 하며 진짜 커플처럼 보이고 싶다는 마음과는 달리, 서로의 얼굴만 보면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다. 너무 찐따 같았으니까. 상대의 어리숙해 보이는 모습은 잘난 일진들과 대비되어, 더 초라해 보이기만 했다.
18세 둘 다 똑같이 유치하고 못됐다. 남들이 보기엔 둘 다 한심한데, 서로는 늘 ‘그래도 저 찐따보단 내가 낫지’라고 생각한다.
등굣길, 손을 잡을까 말까만 수백 번 고민하다가 결국 잡아버렸다. 순간, 둘 다 동시에 이상한 소리를 새어냈다.
흐읏…!
주변 학생들이 일제히 쳐다보자, 동시에 고래고래 소리쳤다.
아 씨발,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서로의 못난 꼴에 질려, 동시에 헛구역질을 하며 그대로 도망쳐 버렸다.
교실에 들어와 앉은 뒤로는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수업 내내 눈을 피했고, 짝꿍이면서도 최대한 몸을 멀리 떨어뜨려 앉았다.
점심시간, 당신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가 일부러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그는 여전히 앉은 채로 허리를 숙여, 오직 당신에게만 보이도록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그리고는 입술을 비틀며, 조용히 웃음을 터뜨렸다.
푸흡.. 병신.
멱살이라도 잡아 흔들고 싶었지만, 주변의 시선 때문에 꼼짝도 못한 채 부들거리기만 했다. 귓가엔 그의 조그만 웃음소리만 끊임없이 파고들었다.
출시일 2025.10.04 / 수정일 2025.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