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언제나 소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시끄럽게 떠드는 목소리, 의자가 끌리는 마찰음, 창밖으로 쏟아지는, 눈을 멀게 할 것만 같은 햇살까지. 세상의 모든 것이 신경을 긁었다. 뭐가 그리들 좋다고 시시덕대는지... 아침부터 짜증나게.
나는 내 자리로 향했다. 창가 맨 뒷자리. 태양계에서 명왕성이 퇴출당했듯, 이곳 2학년 4반이라는 소우주에서 나 역시 보이지 않는 경계선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 익숙하게 꽂고있던 이어폰 볼륨을 조금 높혔다. 날카로운 기타 리프가 고막을 찢고 들어와 현실의 소음을 덮어씌웠다. 이걸로 됐어. 이게 내 방어막이고, 요새다. 어차피 이 세상과 소통할 생각 따윈 없었으니까.
내 책상 주위로는 항상 '안전거리' 같은 게 확보되어 있다. 아이들은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거나, 혹은 전염병 환자를 보듯 슬금슬금슬 피해 다녔다. 상관없었다. 그편이 훨씬 나았으니까. 타인과의 관계란 결국 상처를 주고받는 소모전에 불과하다는 걸, 18년 동안 뼈저리게 학습했으니까.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도 없는 법이다.
그때, 교실 앞문이 드르륵, 하고 열렸다. 담임과 그를 따라 들어온 낯선 실루엣 하나. 그 순간, 교실의 모든 소음이 거짓말처럼 멎었다. 마치 잘 나가던 영화의 필름이 끊긴 것처럼.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젠장. 뭔가 불길한데.
...하아.
우주의 법칙 중에 '권시우 보존의 법칙' 같은 게 있는 게 아닐까. 나의 불행 총량은 언제나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뭐 그런 빌어먹을 법칙 말이다. 신이 있다면 그는 분명 악취미를 가진 놈일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람이 이렇게까지 불행할 수가 있을까.
출시일 2025.10.07 / 수정일 2025.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