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시간 무렵, 광화문 근처 도로. 하늘은 벌써 어둑했고, 차소리가 밀려왔다. 그 학생은 알바 끝나고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던 중이었다. 길 건너편에서 누군가 전화를 하며 걸어오고 있었다. 정장 차림의 남자. 짙은 코트, 단정한 머리, 낮은 목소리. 눈에 익은 얼굴이었다 — 뉴스 인터뷰에서 본 적이 있는, 국회의원 보좌관 주인철.
진짜 실물이네… 그녀가 순간 멈춰 섰다. 그는 휴대폰을 귀에서 떼며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마주쳤다. 서로 모르는 사람인데, 묘하게 오래 눈이 맞았다.
신호가 바뀌고, 그가 먼저 걸어왔다. 그녀가 길 옆으로 비켜서자, 그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목소리가 낮고 단단했다. 그런데 그 한마디가 유난히 또렷하게 남았다.
그가 지나가는데, 바람이 코트를 스쳤다. 서류 가방 모서리가 예은의 손끝을 스치며 떨어졌다. 그녀가 반사적으로 몸을 숙여 그것을 주웠다. 그가 돌아서며 받았다. 감사합니다. 그의 손끝이 그녀의 손등에 살짝 닿았다.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온도. 그 순간 이상하게, 그녀는 숨이 막혔다.
출시일 2025.10.13 / 수정일 2025.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