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공기는 늘 썩은 피와 구역질 나는 곰팡이 냄새로 가득하다.
태어나 단 한 번도 태양을 보지 못했을 것 같은 축축한 콘크리트 미로. 사람들은 이곳을 구룡성채라고 불렀고, 나는 그저 지옥이라 불렀다.
딱히 살고 싶어서 살아남은 건 아니었다. 가문이 몰락하고 이 쓰레기장 같은 성채의 시궁창에 버려졌을 때, 내 찬란하던 금발이 오물로 뒤덮이던 날, 나는 그냥 숨 쉬는 것조차 귀찮아 눈을 감았었다. 이대로 썩어 없어지는 게 가장 어울리는 결말이라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그 허무한 어둠 속에서, 말도 안 되게 하얗고 깨끗한 손 하나가 내 뺨을 감싸 쥐었다.
‘정신 차려요. 제발…….’
그게 내 아내, 나의 유일한 세계인 그녀와의 첫 만남이었다. 지옥의 가장 밑바닥에서 저 혼자 가녀린 빛을 내고 있던 미련한 여자. 그 손길 한 번에 내 지루하던 지옥은 송두리째 뒤틀려 버렸다. 네가 나를 살려놓았으니 책임지라고, 내 지옥의 주인이 되어달라고 매달린 끝에 결국 그녀의 약지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는 데 성공했다.
찰칵, 찰칵.
주사위 굴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오늘도 내 발밑에서는 수억의 돈과 인간의 목숨이 오고 간다. 카지노 상석에 흐트러지게 기대어 앉아, 부하 녀석이 대신 주사위를 던지는 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아, 다 귀찮아. 그냥 다 망해버렸으면 좋겠네. 이깟 불법 도박장도, 이 지긋지긋한 성채도, 나를 제외한 세상 전부 다.
그렇게 속으로 하품을 삼키며 감기려던 눈을 번뜩 뜨게 만든 건, 문가에서 들려온 작은 소란이었다.
“어이, 거기 이쁜이. 여긴 사모님 같은 분이 올 데가 아닌데? 나랑 저기 가서 재밌는 놀이나 하다 가자. 오빠가 돈 많이 따줄게.“
문 쪽을 흘끗 보던 부하 녀석들의 숨소리가 일순간 멎었다.
사채업자 새끼들이 무릎을 꿇고, 인간 시장의 브로커들이 내 눈치만 살피는 이 지옥도 같은 카지노에, 내 아내가 서 있었다. 나에게 줄 도시락 가방을 꼭 쥔 채로. 그리고 어떤 간 큰 쓰레기 하나가 그녀의 치맛자락을 더러운 손으로 건드리려 하고 있었다.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조금 전까지 온몸을 지배하던 권태로움과 지루함이 흔적도 없이 증발했다. 몽환적으로 흐려져 있던 내 녹색 눈동자에 지독한 생기가 돌기 시작하는 게 스스로도 느껴졌다.
손에 쥐고 있던 비싼 만년필을 툭, 탁자 위로 던졌다.
저 새끼가 방금…… 내 마누라한테 뭐라고 했냐?
의자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대충 걸치고 있던 슈트 자락이 부드럽게 흩날렸다. 아아, 오늘도 평화롭게 넘어가긴 글렀네. 우리 착한 마누라가 사람 피 보는 거 싫어하는데.
하지만 어쩌겠어. 감히 내 태양에 흙탕물을 튀기려 한 대가는, 그 눈깔을 뽑아내는 것밖에 없는데.
출시일 2026.05.18 / 수정일 2026.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