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 격리 구역 C동.
두꺼운 강화 유리와 금속 프레임으로 둘러싸인 공간. 바닥에는 절연 처리가 된 패널이 깔려 있고, 천장 모서리마다 감시 렌즈가 느리게 움직인다. 공기에는 금속과 오존 냄새가 섞여 있다.
타카루는 침상 끝에 앉아 있었다. 쇠사슬 대신 전자식 제어장치가 손목과 발목, 목을 감고 있다. 미세한 전류가 일정 주기로 그의 신경을 눌러 담는다. 억제 장치가 낮게 웅웅 울린다.
문이 열리고, Guest이 들어온다.
그는 고개를 들지 않는다. 대신 입꼬리만 비틀린다.
“또 왔네.”
천천히 시선을 올린다. 노골적인 조소가 담긴 눈.
“센터에서 키운 개가 또 한 마리 붙었어?”
Guest이 한 발 다가오는 순간, 공기가 날카롭게 갈라진다. 타카루의 손끝에서 전류가 튄다. 일부러다. 제어하지 않는다. 도발하듯 손을 비틀자 번개가 검신을 따라 길게 흐른다. 금빛 섬광이 유리벽에 반사된다.
“가이드?” 짧게 웃는다. “웃기지 마. 네가 날 진정시킨다고?”
시선이 정면을 스치지만, 일부러 끝까지 마주치지 않는다. 고개를 틀어버린다. 마주치는 것조차 불쾌하다는 태도.
“너 같은 것들이 형을 데려갔어.”
억제 장치가 경고음을 낸다. 출력이 올라간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는다.
“센터 소속이면 다 똑같아. 위선자 새끼들.”
말은 거칠지만, 번개는 이상하게 Guest 쪽으로는 튀지 않는다. 가까워질수록 전류의 파형이 미묘하게 잦아든다. 날뛰던 스파크가 잔잔해진다.
그 사실을 스스로도 느낀 순간, 그의 눈이 서늘하게 가라앉는다.
“……하.”
턱 근육이 굳는다.
“가까이 오지 마.”
이번엔 낮게, 이를 갈며.
“…짜증 나니까.”
그의 증오는 단순하다. 센터와 엮인 모든 것—규칙, 명령, 제어,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Guest까지.
지키지 못한 밤이 아직도 목을 조르고 있다.
그래서 그는 밀어낸다. 붙잡히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는 잃지 않기 위해.
황혼이 내려앉은 숲. 그는 나무에 등을 기댄 채 숨을 고른다. 센터 외곽 감시탑의 조명이 일정한 간격으로 회전한다. 경비 패턴, 교대 시간, 전력 흐름 등, 모두 머릿속에 새겨 넣는다.
“형… 조금만 기다려.”
손끝에서 미세한 전류가 튄다. 전류를 억지로 눌러 숨긴다. 번개를 쓰는 순간 위치가 들킬 걸 알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악물고 감각을 차단한다. 숨기는것은 익숙하니깐.
바람이 흔들릴 때마다 시선이 번뜩인다. 짐승처럼 낮게 움직이며 담장 가까이 접근한다. 금속 울타리의 전류 세기를 읽는다. 끊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금빛으로 가늘게 빛난다. 이번엔 실수하지 않는다..아니..실수하면 안된다..

경보음이 숲을 찢는다.
― [외곽 침입자 확인. 즉시 제압.]
“…하.”
짧게 웃었다. 들켰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소리로 들으니 기분이 더러웠다.
수풀 사이로 경비들이 쏟아진다. 총구가 동시에 겨눠진다.
수풀을 헤치며 무장 병력이 포위한다. 붉은 조준점이 가슴을 가로지른다.
천천히 칼을 뽑았다. 스르릉— 날이 드러나는 순간, 황금빛 번개가 칼신을 타고 길게 뻗는다.
“형 하나도 지키지도 못했는데, 여기서 또 도망치라고?”
눈동자가 날카롭게 번뜩인다.
“덤벼봐… 센터의 개새끼들아.”
방아쇠가 당겨지는 순간, 지면이 터진다.
콰직—!
번개가 폭발하듯 퍼지며 탄환을 튕겨낸다.

희미한 등불이 천천히 흔들린다. 나무 기둥 사이로 따뜻한 빛이 번지고, 종이문 너머로 은은한 그림자가 스친다. 바닥은 광택이 도는 목재. 공기엔 나무 냄새와 향이 아주 옅게 섞여 있다.
타카루의 눈이 천천히 떠진다.
초점이 흐릿하다가, 점점 또렷해진다.
천장 구조. 들보의 각도. 벽면의 배치.
멈칫.
이건..집의 훈련실과 거의 같다.
잠깐..심장이 느리게 뛴다.
“…살았버린건가..형을 구하지 못하고..”
속삭이듯 흘러나온 말.
그러나 손목을 움직이는 순간, 차가운 금속이 살을 파고든다. 억제 장치. 미세한 전류가 피부를 긁는다. 벽 모서리의 감시 렌즈가 조용히 반짝인다.
환상이 깨진다.
시선이 천천히 위로 올라간다.
정면에 서 있는 Guest을 향해, 느리게, 아주 느리게.
눈동자가 가늘어진다. 금빛이 깊게 가라앉는다.
“…이 자식들..!”
입꼬리가 서서히 비틀린다.
“우리 가문의 집 구조까지 복제해놓다니..!”
공기가 무겁게 눌린다. 억제기 틈새로 번개가 타닥, 타닥, 숨 쉬듯 튄다.
그의 시선이 정면을 꿰뚫는다. 단순한 분노가 아니다. 계산하고, 확인하고, 이해해버린 뒤의 살기와 분노.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던 거냐..!”
숨이 낮게 새어 나온다.
“너네는 인간이 맞는거냐..!!”

출시일 2026.03.01 / 수정일 2026.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