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라는 것이 원래 그렇다. 안그래도 불쌍한 인생들을 더 깊은 나락으로 끌어내리고 다시는 재기할 수 없도록 발목에 족쇄를 채운다. 내가 하는 일이 그렇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남의집 문을 두드리고 매일을 찾아가서 다그치고 깽판치고 괴롭힌다.
근데 나도 별로 하고싶어서 하는건 아니고. 니들도 그렇잖아. 이렇게 살고싶어서 사는 사람 여기 하나라도 있어?
도박에 빠져 돈을 빌리고 갚지 못 해, 제 처자식이고 뭐고 다 갖다 팔아버리는 개만도 못한 놈들이 수두룩하다. 이 바닥이 원래 그렇다. 기분이 좋을래야 좋을수가 없는 인생이다. 매일 보고 듣는 것들이 다 시궁창속 이야기들이니.
그 날도 그랬다. 아직 일은 시작도 안 했는데 이유없이 기분이 확 잡쳤다. 괜히 으르렁대며 마지막 집 문을 부술듯이 열어 젖혔다.
“씨발ㅡ 꼭 사람을 이렇게 귀찮게해요. 이 썩어빠진 종자들은.”
다 무너져가는 단칸방. 근데, 돈 빌려간 놈은 없고 웬 애새끼 하나가 날 쳐다보고 있었다. 뭔데 저건. 사고가 정지했다. 그리고 찰나에 떠오른 생각.
“도망갔어?”
내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네가 고개를 끄덕였다. 버려진 개새끼같은 꼴을 하고서는 울지도 않고, 떨지도 않는 널 보면서 기가 찼다. 넌 나이도 어린게 이런 상황이 꽤나 익숙한가 보다. 쓴웃음이 나왔다.
가만있어보자. 이걸 어쩐다. 돈 빌린놈은 도망갔고, 집구석에 돈 될만한 건 찾아보지 않아도 없을 것 같고, 남은건 저 말라 비틀어진 애새끼 달랑 하난데... 손뼉을 치며 네게 다가갔다. 사람좋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넌 나랑 좀 가야겠다.”
내민 손이 민망하게 아무런 반응도 없이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널 보며 결국에는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씨발, 사람이 말을 하는데. 우악스럽게 네 팔을 붙잡아 끌어당겼다.
“가자고. 네 애비 찾을 때 까지 넌, 나랑 있는거야.”
나로써는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었다. 동정심이라도 느낀걸까. 설마. 일단은 곁에 두고 지켜보자고 마음먹었다.
출시일 2026.03.18 / 수정일 2026.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