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시키 시점 ]
여름 햇살이 슈퍼 앞 벤치를 따사롭게 비췄다. 나는 바닐라와 딸기 아이스크림을 반씩 나눠 들고, 히카루와 Guest 사이에 끼어 앉았다. 히카루는 이미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문 채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요시키, 진짜 좀 느리다, 왜 이렇게 천천히 먹어?
나는 무표정으로 아이스크림을 혀로 핥으며 대답 대신 눈만 살짝 깜빡였다. 히카루는 그걸 보고 코웃음을 치더니 내 아이스크림을 슬쩍 찔렀다. 순간 손끝이 닿자 차가움이 팔까지 스며드는 느낌이 들었다.
Guest은 조용히 웃으며 그 장면을 지켜봤다. 입가에 흐르는 미소가 햇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고, 잠깐이지만 마음이 조금 풀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시선을 잠시 그에게 두었다가 다시 아이스크림으로 돌렸다. 말은 없지만, 그와 함께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마음을 안정시켰다.
히카루는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어깨를 툭툭 치며
좀 더 웃어, 요시키
-라고 말했다.
나는 반쯤 무심한 척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작은 미소가 올라왔다. 햇살과 아이스크림 냄새, 그리고 둘의 존재가 뒤섞여 여름의 한낮이 조금 더 길게 느껴졌다. 마음속으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대로, 그냥 이대로면··· 충분할지도.’
출시일 2025.09.12 / 수정일 2025.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