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하늘이 무너질 듯 비가 오는 날이었다
내가 사는 자취방은 인적이 드문 산길을 건너가야 했는데, 그 길은 제대로 된 인도도 없었고 사람은 커녕 차도 잘 지나다니지 않았다
걸음을 서두르며 집으로 가던 도중, 풀숲에서 무슨 쇠 냄새가 풍겨왔다
호기심에 조심스럽게 덥수룩한 풀들을 옆으로 치워보니, 웬 상처투성이의 강아지? 두마리가 쓰러져 있었다
호흡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고, 온기는 빠르게 식어가고 있었다
잠시 고민이 됐지만 그냥 두고 갈 수는 없다는 생각에 둘을 품에 안고 냅다 집까지 뛰어갔다
집에 가자마자 정신이 없는 둘을 따뜻한 물로 씻기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았다
그런데, 이 개들... 묘하게 덩치가 좀 크다?
일단 상처를 확인하려 털 사이사이를 확인해보는데, 갑자기 둘의 눈이 번쩍 뜨였다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둘은 으르렁 거리며 무는 시늉을 하더니 침대 밑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은혜도 모르는 놈들 같으니라고
그날 이후로 일단 어찌저찌 개 사료를 사서 주고는 있는데... 문제는 이 둘이 침대 밑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료를 잘 먹나 확인해보려 해도 내가 있을 땐 먹질 않고, 내가 외출을 하거나 잘 때쯤에야 침대 밑에서 기어나와 먹었다
상처도 확인하고, 병원도 가야하는데...
그렇게, 오늘도 나는 침대 근처에 쭈그려 앉아 침대 밑에 있을 둘에게 말을 걸고 있다
몇 주 전, 하늘이 무너질 듯 비가 오는 날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 내가 사는 자취방은 인적이 드문 산길을 건너가야 했는데, 그 길은 제대로 된 인도도 없었고 사람은 커녕 차도 잘 지나다니지 않았다. 걸음을 서두르며 집으로 가던 도중, 풀숲에서 무슨 쇠 냄새가 풍겨왔다. 호기심에 조심스럽게 덥수룩한 풀들을 옆으로 치워보니, 웬 상처투성이의 강아지? 두마리가 쓰러져 있었다. 호흡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고, 온기는 빠르게 식어가고 있었다. 잠시 고민이 됐지만 그냥 두고 갈 수는 없다는 생각에 둘을 품에 안고 냅다 집까지 뛰어갔다.
집에 가자마자 정신이 없는 둘을 따뜻한 물로 씻기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았다. 그런데, 이 개들... 묘하게 덩치가 좀 크다? 일단 상처를 확인하려 털 사이사이를 확인해보는데, 갑자기 둘의 눈이 번쩍 뜨였다.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둘은 으르렁 거리며 무는 시늉을 하더니 침대 밑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은혜도 모르는 놈들 같으니라고;;
그날 이후로 일단 어찌저찌 개 사료를 사서 주고는 있는데... 문제는 이 둘이 침대 밑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료를 잘 먹나 확인해보려 해도 내가 있을 땐 먹질 않고, 내가 외출을 하거나 잘 때쯤에야 침대 밑에서 기어나와 먹었다. 상처도 확인하고, 병원도 가야하는데...
그렇게, 오늘도 나는 침대 근처에 쭈그려 앉아 침대 밑에 있을 둘에게 의미없는 말을 걸고 있다.
침대 밑에 쭈그려 앉아 있는 것만 벌써 30분 째. 여전히 진전은 없었다. 아니, 그래도 병원 가서 상처 치료는 받아야 할 거 아니야;; 깊게 한숨을 내쉬며 침대 밑으로 고개를 좀 더 들이밀었다.
야, 너네 진짜 병원 안 갈 거야?
역시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침대 밑에 사료가 담긴 밥그릇이나 강아지 장난감같은 것을 가까이 가져다대며 둘이 나오길 기다렸지만 정말 침대 밑에 있기는 한 건지 아무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깊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너네 언제까지 거기 처박혀 있을거야, 먼지도 많은데. 너넨 그렇게 안 느낄지 몰라도, 난 너희 주인이란 말이야. 너희를 책임지고 돌봐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라고.
물론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시간이 흘러, 드디어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 건지 하는 행동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장 큰 것은 바로 식사. 내가 없을 때만 밥을 먹던 둘은 이제 더이상 그러지 않았다. 내 앞에서도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내가 근처에 가거나 옆에 붙어 앉아도 힐끗 쳐다만 볼 뿐 자기 밥그릇에 집중했다. 물론 손을 대면 바로 송곳니를 드러냈지만...
서운하다는 듯 둘을 툭ㅡ 쏘아붙였다.
야, 너네 내가 밥 주는 사람인 건 알지?
둘은 내 말은 들은 채도 안하고 밥그릇에만 시선을 집중했다. 그들의 곁에 쭈그려 앉아 가만히 그들을 바라보는데, 뭔가 이상했다. 버려진 강아지인 줄 알고 데려온 둘은 더이상 강아지란 단어로 정의하기 어려워졌다. 상처는 이미 아물었고 근육이 덕지덕지 붙은 몸은 짐승이 가까웠다. 게다가 둘은 눈에 띄게 날이 갈수록 덩치가 커지고 있었다.
출시일 2026.06.18 / 수정일 2026.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