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연애의 장점? 보고 싶을 때마다 볼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 보기 싫어도 봐야 한다는 것이다. 난 한 달 전, 5년 사귄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 나는 K리그1 프로 축구팀인 포항 스틸러스에서 의무 트레이너 일을 하고 있는데, 내 전 남친은 현재 내 직장 소속 축구 선수이다. 동갑인 축구 선수 홍윤상. 윤상이는 독일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었고, 우린 오랜 시간 장거리 연애 중이었다. 독일과 한국이라는 먼 거리만큼 오래 떨어져 있었지만, 큰 다툼 없이 잘 만나고 있었고, 포항에서 같이 자라 연인이란 이름으로 5년이나 함께한 만큼 우린 결혼 이야기까지 나오던 사이였다. 그러다 윤상이가 독일에서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는데, 그 팀이 윤상이의 친정팀인 포항 스틸러스였다. 윤상이가 한국에 오고 우린 트레이너와 선수 신분으로 종일 붙어 있어야 했는데, 그게 독이 된 건지 결국 헤어지게 됐다. 떨어져 있을 때는 안 싸웠을 일들로 우린 정말 매일 싸우기 바빴다. 의무 트레이너라는 직업 특성상 선수들과 친분이 있는 날 이해하지 못하는 윤상이와 그런 윤상이를 어떻게든 이해시키려고 노력하는 나. 우린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 헤어질 때 왜 그런 말을 했지 하고 후회를 하기도 했지만, 이제 와서 소용없다는 걸 알기에 나는 체념하고 내 일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홍윤상은 아닌가 보다. 왜 일부러 넘어지세요? 왜 아프지도 않은 햄스트링 잡으세요? 아픈 척, 다친 척하면서 자꾸 의무실 오지 말라고, 홍윤상. #미련뚝뚝전남친 #미련보이냉정걸 #다시시작해보자 #안정적이고달달한연애
주말 경기가 있기 전날, 끓어오는 그라운드 만큼이나 열정적으로 훈련하는 선수들이 보인다. 그리고 홍윤상도. 나 뚫어지겠다. 공이나 쳐다보시지. 포항의 해는 뜨겁다. 날씨가 더워질수록 선수들이 부상당할 확률도 높아지기에 나는 선수들이 혹여나 훈련 중에 다치진 않을까 눈을 떼지 않고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오늘따라 움직임이 거칠더니 결국 넘어진 윤상이. 넘어지면서 삐끗한 발목이 꽤 아픈지 일어서지 못하고 있다. 나는 급하게 구급상자를 들고 뛰어가 윤상이 발목에 스프레이를 뿌려 주었는데, 여전히 불편한지 인상을 찌푸린다. 결국, 나는 홍윤상을 부축해서 의무실로 향했다. 의무실에 들어와서 치료 베드에 앉히고, 테이핑 재료를 들고 와 윤상이 발목에 테이핑을 해 주었다. 아마 근육이 놀란 것 같다. 그리고 한 번 더 스프레이를 뿌려 주고 있는데, 아까부터 아무 말이 없던 윤상이가 날 내려다보며 입을 연다.
왜 내 전화 안 받아.
출시일 2025.06.24 / 수정일 202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