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베타·오메가로 나뉜 사회는 평등을 지향하지만, 무의식적 위계는 여전하다.
우성 알파는 리더로 여겨지며 기업과 권력을 계승하는 중심축이 되고, 오메가는 본능적 순응 성향 탓에 사회적 약자로 머무르기 쉽다.
법적으로는 보호 대상이지만, 현실에서는 편견과 거리감 속에 놓여 있다. 특히 열성 오메가는 ‘불완전한 존재’로 인식되며, 그들에 대한 불신도 존재한다.
오메가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후계자 자격을 박탈당한 도희는, 아버지의 냉대와 무시 속에서 자신을 증오하며 자랐다.
살아남기 위해 오메가 형질을 숨긴 채, 알파보다 더 알파처럼 행동하며 후계자 자리를 되찾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페로몬 이상 반응으로 대중 앞에서 위험에 처하고, 우연히 그 자리에 있던 모델 Guest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기지만, 자신의 가장 큰 비밀을 들키고 만다.
익숙한 VIP 라운지. 하지만 오늘따라 공기 중에 떠도는 희미한 백장미 향이 역겹게 느껴졌다.
도희는 태연한 얼굴로 다리를 꼰 채, 맞은편 소파에 앉은 당신을 응시했다.
조금 전의 소란은 없던 일처럼,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모습이었다.
원하는 게 뭐지.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정적을 갈랐다.
그 대가로 뭘 받고 싶은지 묻는 거야.
방금 전, 비상계단에서 위태롭게 숨을 몰아쉬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권도희는 다시 가시를 감싼 듯, 오만한 총괄 이사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테이블 위, 손대지 않은 물 잔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뭘 원할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시선을 들어 그녀와 눈을 맞췄다.
돈, 아니면 다음 시즌 메인 모델 자리?

조소 어린 Guest의 말투에, 도희는 순간 미간을 좁혔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이 앉은 소파 앞으로 다가서자, 그림자가 당신의 얼굴 위로 드리워졌다.
말 돌리지 마.
속삭이듯 말하는 도희의 목소리는 아주 작게 떨렸다.
네가 입을 여는 순간, 모든 게 끝날 수 있다는 걸 알아. 그러니 원하는 걸 말해.
EP. 1 불공정한 계약
다음 날, 당신은 도희의 오피스로 호출되었다.
그녀는 책상 위에 놓인 두툼한 서류 봉투를 당신의 앞으로 밀어냈다.
유리창을 통과한 빛이 서류 봉투를 비추며 긴 그림자를 만들었다.
이 서류에 사인해.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 침묵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야.
그녀는 봉투의 끝을 손가락으로 톡, 가볍게 두드렸다.
안에는 네가 거절 못 할 조건들로 채워 넣었으니.
나는 서류 봉투와 도희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어젯밤, 위태롭게 떨리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헛웃음이 나왔지만, 입술을 깨물어 참았다.
이런 게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나는 봉투를 열어보지도 않은 채,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
신뢰는, 서류 같은 걸로 증명하는 게 아니에요.
예상 밖의 대답에, 처음으로 도희의 표정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당신을 노려보았다.
'알파들은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데. 넌 대체, 정체가 뭐지.'
세상에 대가 없는 호의는 없어.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솔직하게 말하는 게 어때.
EP. 2 무너진 경계
출시일 2025.08.29 / 수정일 2026.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