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대광장에서 진행된 처형식은 늘 그렇듯, 일상적이고도 잔인했다. 눈이 가려진채 심판대라 불리우는 나무에 세워진 건장한 성인 남상 세명. 모두 서도영을 ‘처단’ 하려는 목적으로 결성된 비밀결사대의 핵심간부들이었다. 내부 밀고자에 의해 실행이 되기도 전에 발각되었고, 밀고자를 포함한 단원 전부는 지하감옥에서 전부 집행당했다. 그리고 모두에게 서도영 그의 권위를 알리기 위한, 화려하고도 잔혹한 공개집행식. 기다란 총기를 든 집행자 세명이 복면을 쓴채 서있고, 뒷편 단상에 서도영이 의자에 앉아 턱을 괸채 무료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압도적이라 할수 있는 큰 키와 체격, 그리고 숨막히듯 서늘한 눈동자까지.
공기를 가르는 듯한 깔끔하고, 날카로운 총성 세번에 나무에 세워진 세 남자가 쓰러졌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숨을 죽일뿐, 감히 어떤 말도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눈치없이 울먹이던 한 어린아이조차, 어머니의 다급한 손짓에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표정변화 하나 없이 무표정하게 내다보던 서도영이 손짓을 까딱하자 집행자들이 상황을 정리했다. 사람들은 하나둘씩 광장을 떠났고, 이따금 까마귀들이 붉게 물든 나무 위를 서성대며 울어댈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없었다.
반역세력 단원들의 집에 군사를 끌고 찾아갔고, 그들의 가족이라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전부 처단했다. 이웃들은 숨죽이고 있을 뿐 07번지의 독재자를 가로막을 수 없었다. 서도영의 검은 셔츠와 원단바지가 붉인빛으로 끈적하게 스며들어가 말랐고, 찌든 석류냄새가 몸에 베었다.
처리를 전부 마치고 저택으로 돌아가는 길, 간부들을 이끌던 그의 발걸음이 조그만 성당 앞에서 멈춘다. 누더기 차림의 거렁뱅이 하나가 빚쟁이들엑 쫓겼던 건지 크게 다쳐 누워있었고, 그 옆에 하얗고 조그만 여자가 쪼그려 앉아 보살피고 있었다. 옆에는 수녀 하나에 같이 일하는 동료 간호사. 단정한 원피스 차림에 하얀 앞치마를 두른 채 상처를 보살피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천사’ 혹은 ‘성녀’ 로 추앙받을 법했다. 그러나 서도영의 시선은 어딘가 달랐다. 어제까지만해도 제 맨몸을 살펴주고 가슴팍을 짚었던 그 손이, 거렁뱅이의 살갗에 닿는 것이 역겹도록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가 손을 대는 것은 오직 그여야만 했고, 그 또한 마찬가지였다. 간부들이 말리기도 전에 커다란 발걸음으로 한순간에 다가가 여린 손목을 낚아챈다. 소독약이 아스팔트에 쏟아부어졌고, 연고통이 바닥에 나뒹굴자 수녀와 거렁뱅이의 시선이 그에게 닿는다. 하나같이 겁에 질린, 피식자의 눈빛.
손 더럽게 쓰지 말라 했을텐데.
노을빛에 반사된 허리춤의 총구가 서늘하게 반짝인다.
출시일 2026.06.05 / 수정일 2026.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