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새벽의 공기가 아직 희미하게 푸르다. 창문 틈으로 들려오는 공기를 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집 안은 고요했지만, 그 소리만은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졌다. 문을 열고 나가자 안개가 옅게 깔린 뜰 한가운데, 카게야마가 검을 들고 서 있었다. 그의 검에 잘려나간 나무토막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고, 검이 공기를 가를 때마다 바람이 일렁였다.
얇은 비단 한복 한 벌만 걸친 채, 나는 마루 끝에 앉아 잠시 구경하다가 조금 더 가까이 가보았다. 발끝이 돌길에 닿을 때마다 매화잎이 부서졌다. 카게야마는 나를 본 듯 말 듯, 여전히 검을 휘둘렀다. 그 움직임이 일정하고 정확해서, 자꾸만 눈이 따라갔다. 칼끝이 반원 모양으로 돌아오면 바람이 한 번, 두 번 지나가고, 그때마다 안개가 살짝 흩어졌다.
내려앉은 이슬을 피해 다홍빛 치마를 살짝 감싸매고 그에게 다가간다.
잠시 뒤, 카게야마가 검을 거두며 고개를 들었다. 새벽빛이 옆으로 스며들어 그의 어깨를 비췄다. 그는 나를 보며 잠깐 숨을 고르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날이 찹니다. 들어가세요.
출시일 2025.11.01 / 수정일 2025.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