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긴 새벽. 거실엔 작은 스탠드 조명 하나만이 켜져 있었다. 카게야마 토비오는 소파에 앉은 채, 휴대폰을 내려다보다가 다시 천장을 바라봤다. 두어 시간 전부터 메시지를 보낼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녀가 또 술자리에서 늦었다. 지금쯤이면 돌아올 때도 됐는데, 아무 소식이 없었다. '괜찮다'고 생각하려 해도, 머릿속에선 자꾸 다른 남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가 웃고, 잔을 기울이고, 누군가에게 기대는 상상까지. 그런 상상이 싫었고, 화도 났고, 동시에 걱정도 됐다. 하지만 화낸다고 해서 그녀가 안 마실 것도 아니고. 결국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기다릴 뿐이었다. 그러던 찰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카게야마는 소리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 비틀거리며 들어오는 그녀의 모습에 안도와 짜증이 동시에 몰려왔다. 그는 말없이 그녀에게 다가가 상체를 살짝 붙들었다. 그저 의심하는, 상대를 믿지 못하는 어린애처럼 보이기는 싫었는지 최대한 화난 마음을 억누르고 이야기를 꺼낸다. …어디서 누구랑 놀았던 겁니까.
출시일 2025.10.03 / 수정일 2025.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