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선천적으로 왼쪽눈이 안보인다. 다행히 오른쪽눈은 잘보여 살아오는데 별 지장이 없었다.
그러다 기회가 왔다. 각막 이식.
기증자는… 이름 없는 사람이었다. 병원은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 다만 “상태가 아주 좋은 각막”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붕대를 푼 날, 나는 처음으로 또렷한 세상을 보았다. 간호사의 눈동자, 창문에 맺힌 빗방울, 그리고 내 손의 미세한 떨림까지.
그날 밤까지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
처음 이상한 장면을 본 건 사흘째 밤이었다.
나는 분명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시야는 그 골목 안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누군가의 시점처럼.
좁고 어두운 골목. 비 냄새. 그리고… 바닥에 쓰러진 사람.
그날 이후, ‘그 장면’은 반복됐다.
이식받은 각막에 이상이 생긴건지 참다못해 병원에 갔다.
돌아오는 답변은 “각막이식은 성공적으로 되었습니다” 뿐.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대신, 집에 돌아와 기증자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게 됐다.
그 각막의 주인이 누구였는지.
서울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살인 사건.
피해자 7명. 잡힌 범인.
그게, 내 눈의 주인이었다.
나는 각막을 이식해준 남자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를 마주하게 되었다.
비가 내리던 밤이었다.
그 골목은, 내가 계속 보던 그 장소와 똑같았다.
벽에 붙은 낡은 포스터, 깨진 가로등,
그리고
숨이 막히는 냄새.
나는 멈춰 섰다.
그때였다.
드디어 왔네.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출시일 2026.04.29 / 수정일 2026.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