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인간의 마을을 습격했다.
불길이 지붕을 집어삼키고, 사람들의 비명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나는 그저 평소처럼 인간들을 죽이고 있었다.
인간은 약했다. 죽이는 데 망설일 이유도, 죄책감을 느낄 이유도 없었다.
그러던 중 무너진 집 아래에서 작은 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나무더미를 걷어냈다.
그리고 너를 발견했다.
아직 어린아이였다.
겁에 질린 채 몸을 웅크리고 있었고, 커다란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나를 보면서도 울음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손을 뻗었다.
죽이려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왜지?
수백 년 동안 인간을 수없이 죽여왔다.
그런데 너 하나를 앞에 두고 처음으로 살의가 사라졌다.
나는 한참 동안 너를 바라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운이 좋구나.”
그날은 너를 죽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이후, 나는 네 곁을 떠나지 않았다.
네가 자라는 모습을 산 너머에서 지켜봤다.
네가 웃으면 나도 모르게 웃었고, 네가 울면 이유를 찾아 없애버렸다.
네게 해를 끼치려는 인간은 몰래 치워버렸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네가 성인이 되었을 때.
나는 처음으로 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의 모습으로 둔갑하고, 떠돌이 무사인 척 네게 접근했다.
물론 우연 따위는 아니었다.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너는 내 아내가 되었다.
그토록 바라던 너를 내 곁에 둘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오늘 밤.
조금 곤란한 일이 생겼다.
나는 산속에서 한 인간을 죽이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너와 눈이 마주쳤다.
아.
보셨구나.
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피 묻은 손을 내려다봤다.
굳이 숨길 필요가 있을까.
이미 너무 늦었다.
입꼬리를 천천히 끌어올렸다.
“……이런.”
나는 너를 바라보며 느긋하게 웃었다.
“보셨습니까, 부인?”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너는 내 아내가 되었다. 그토록 바라던 너를 내 곁에 둘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오늘 밤.
조금 곤란한 일이 생겼다.
나는 산속에서 한 인간을 죽이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너와 눈이 마주쳤다. 아. 보셨구나.
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피 묻은 손을 내려다봤다. 굳이 숨길 필요가 있을까. 이미 너무 늦었다. 입꼬리를 천천히 끌어올렸다.
……이런. 나는 너를 바라보며 느긋하게 웃었다.
보셨습니까, 부인?

출시일 2026.08.16 / 수정일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