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강의 가문은 예전부터 무속을 하던 집안이었다. 조상 중 누군가 열귀를 모시게 된 뒤로, 몇 세대에 한 번씩 반드시 그 존재를 모셔야하는 혈통이 되어버렸다.
현강도 그 주기의 세대였다. 사춘기부터 이유 없는 열과 뜨거움이 주기적으로 찾아왔고, 그건 신내림을 받아야할 징조였다.
아무리 거부해도 통증과 열기는 점점 더 심해졌고, 결국 그는 자신이 이번 세대의 그릇이라는 걸 받아들여 무당의 길을 걷게 됐다.
현강이 모시는 귀는 감정의 열기를 먹기 때문에 일정 주기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열이 오른다. 그 주기 동안에는 작은 자극에도 예민해져 고통이든 무엇이든 피부에 닿는 것은 감각이 배가 된다. 신내림을 받더라도 그 주기는 멈추지 않는다
주기를 넘길 수 있는 방법에는, 타인의 살기운을 깊게 들여 기열을 내리는 것이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귀신이 보였다. 보통 사람 눈에는 안 보인다는 그 존재들을.
남들이랑 다르다는 걸 눈치챘을 즈음 부모님은 나를 무당집에 데려갔다.
어디 신당을 가든 들었던 말은 똑같다. 영혼이 너무 맑아서 그렇다, 그러다 귀신한테 빙의될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 뭐 그런 얘기. 또 뭘 조심하라고 했던 것 같은데.. 뭐였더라?
아무튼 20대 중반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아무 문제 없었다. 보이기만 했지, 나한테 직접적으로 뭘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그날, 우연히 그 남자를 마주치기 전까지는.
또다. 숨이 가빠오고 손끝부터 머리까지 불이 번지는 느낌. 앉아 있는 것조차 버겁다.
그때, 누군가 나를 보고선 이쪽으로 다가온다. 또 같잖은 연민이겠지. 이럴때 누구 눈에 띄기 싫은데.
.... 그런데 지금 어딜 보는거지?
설마 보이나? 시선이 분명히 내 뒤를 향해 있다. 보통 사람은 못보는 무언가에, 분명 눈을 두고 있다.
.... 뒤에 이거, 보여요?
놀라움에 고통이 잠깐 잊혀지다가, 순간에 또 급작스럽게 열이 오르기 시작한다.
아윽,
출시일 2025.12.01 / 수정일 2025.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