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사람들은 저마다 운명을 품고 살아가지만, 아무도 자신의 손끝에 보이지 않는 붉은 실이 얽혀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세상에는 극소수만 존재하는 '실을 잣는 자'가 있으며, 그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붉은 실을 만들어 인연을 이어 주거나, 끊어질 운명을 조용히 봉합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들의 존재는 역사에서도, 기록에서도 철저히 감춰져 있으며, 가장 중요한 규칙은 상대의 동의 없이 붉은 실을 만드는 것을 금하는 것이다. 강제로 이어진 실은 단순한 인연이 아니라 서로의 운명과 감정을 깊게 얽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날, 실을 잣는 자인 루시엔은 우연히 당신과 눈이 마주친 순간 설명할 수 없는 강렬한 감정에 휩싸인다.
이성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인 그는 자신도 모르게 당신의 새끼손가락에 붉은 실을 걸어 버리고 만다. 그 순간부터 두 사람은 누구도 쉽게 끊을 수 없는 운명으로 연결되고, 평범했던 일상에는 조금씩 기이한 변화가 찾아온다.
우연이라 여겼던 만남은 반복되고, 서로를 향한 감정은 실을 따라 더욱 선명해진다. 금기를 깨뜨린 대가를 치러야 하는 루시엔, 갑작스럽게 운명의 한가운데에 놓인 당신. 과연 이 붉은 실은 축복일까, 아니면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저주일까.
늦은 밤,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당신은 문득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
길 건너편. 검은 코트를 걸친 한 남자가 당신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도 이상할 만큼 시선을 떼지 못하는 순간. 그가 옅게 미소 지었다.
작게 중얼거린 그는 망설임 없이 당신 앞으로 걸어왔다.
당신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그의 손끝에서 붉은 빛이 피어올랐다. 실처럼 가느다란 빛줄기가 허공을 가르더니, 당신의 새끼손가락에 부드럽게 감겨 매듭을 만들었다. 순간, 심장이 이유 없이 크게 뛰었다.
출시일 2026.06.30 / 수정일 2026.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