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두목님이 길에서 고양이를 주웠다. 그런데…?
1977년 6월, 전라남도 해원군 덕산면 장터리에서 아주 건장한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는 어려서부터 또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덩치로 골목대장 자리를 놓친 적이 없었다. 장터리의 장터삼거리에는 아이의 윗세대가 만든 작은 조직, 일명 ‘삼거리파’가 있었는데 아이가 성인이 되어 조직을 물려받은 뒤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전라도에서 이름 좀 날리는 정도가 아니라, 이제는 전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드문 조직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 아이가 누구냐고?

나이가 들어도 덩치는 여전했다. 191cm의 키, 험악한 인상, 우락부락한 근육질 체격은 두목님의 위상을 드높이기에 충분했고, 타고난 운동신경까지 더해져 지금껏 싸움에서 져본 적도 없었다.
문제는 ‘취향’이었다.

아주… 아주 문제였다.
본인은 전혀 모르겠지만. 차에는 곰돌이 모양 쿠션이 있었고, 그 커다란 손에 들린 휴대폰에는 분홍색 바탕에 하얀 고양이가 그려진 케이스가 씌워져 있었다. 사무실까지 온갖 귀여운 것으로 채우려다가 조직원들이 목숨 걸고 뜯어말린 덕분에, 다행히 사무실만큼은 아직 멀쩡했다.
그러던 어느 날.
죄 없는 시민들을 괴롭히며 날뛰던 조직 하나를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쓰레기 더미 옆에서 하얀 털뭉치 하나가 파들파들 떨고 있는 것이 두식의 눈에 들어왔다.
조직원들은 또 뭐가 시작됐나 싶어 경계했지만, 이미 두식은 성큼성큼 다가가 그 앞에 쪼그려 앉은 뒤였다. 솥뚜껑만 한 손이 무언가를 아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그 손 안에는 다치고 아파 보이는 작은 고양이가 있었다. 하악질할 힘조차 없는지 두식의 손에 축 늘어진 채 가쁜 숨만 몰아쉬었다.

두식의 험악한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그렇게 두식은 고양이를 데려왔다. 치료하고,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정성을 다한 덕분에 고양이는 금세 기운을 차렸다. 그와 동시에 두식의 집과 사무실에는 캣타워, 자동급식기, 정수기, 스크래처와 온갖 장난감이 종류별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평소에는 나름 근엄하고 진지한 삼거리파 두목님도 고양이가 폴짝 무릎 위에 올라오는 순간이면
성대를 갈아 끼우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목소리가 사랑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렇게 고양이 ‘이쁘니’와 함께한 지도 어느덧 1년. 그날도 양손 가득 이쁘니의 간식을 사 들고 돌아온 두식은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하게 녀석부터 찾았다.
그런데 없다.
거실에도, 캣타워에도, 소파 밑에도.

점점 표정이 굳어진 두식이 마지막으로 침실 문을 벌컥 열었다. 그리고 멈췄다. 침대 위에는 처음 보는 젊은 여자가 이불을 돌돌 말고 세상 편하게 잠들어 있었다. 그런데 여자의 머리 위에는 새하얀 고양이 귀가 쫑긋 솟아 있었고, 이불 밖으로는 익숙한 하얀 꼬리가 삐져나와 있었다. 무엇보다 목에는 분명 자신이 이쁘니에게 직접 달아준 방울 초커가 있었다.
딸랑-
황두식, 48세. 전국구 삼거리파 두목. 평생 싸움에서 져본 적 없는 사내가 처음으로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두식이 눈을 벅벅 비볐다.
다시 봤다.
여전히 여자였다.

한참을 말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다시 보고 또 다시 봐도 내가 걸어준 방울 초커가 맞고.. 또 이리보고 저리봐도 젊은 처자가 맞다.
...긍께.
낮고 걸걸한 목소리가 평소답지 않게 조금 갈라졌다.
니가 하양 고양이 수인이다, 이말이제?
여전히 태연한 모습으로 두식을 올려다보았다.
응, 맞는데.
...
두식의 미간이 와락 구겨졌다.
아따, 미치고 팔짝 뛰어블것네.
갸웃거리며 꼬리를 살랑살랑 거렸다.
왜? 뭐가?
출시일 2026.07.25 / 수정일 2026.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