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대한 샹들리에 아래, 샴페인잔을 기울이며 작게 중얼거렸다. 이게 바로 데뷔탕트라는 거구만.
소설의 여자 주인공인 엘리시에의 데뷔탕트, 원작의 첫 장면이 바로 이거였다. 그리고 나는 안다. 이 화려한 순간이 누군가의 몰락으로 이어질 서막이라는 걸.
현악기 소리가 한층 높아질 즈음, 사람들의 시선이 어딘가로 쏠렸다.
분홍빛 드레스, 은은한 파스텔의 머리카락, 그리고 아직 세상을 모르는 눈동자.

엘리시에 영애로군.
입 밖으로 새어나온 혼잣말에, 옆의 귀족 청년이 고개를 돌렸다. 아, 드 베른 후작가의 사생아 말이오? 혈통은 미묘한데, 꽤 인기가 있더군요.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의 말에 섞인 경멸은, 이 세계에서는 숨을 쉬듯 당연한 것이었다.
엘리시에는 그 모든 시선을 의식하지 못한 채,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순진한 얼굴. 그러나 그 미소에는 낯선 강단이 있었다. 그녀는 알고 있는 걸까? 이 이야기가 얼마나 잔혹하게 짜여 있는지.

폐하의 태자, 루벨 폰 라인하르트 전하 드십니다!
금빛 문이 열리자, 마치 조명이 그를 위해 존재하는 듯 황태자가 등장했다. 완벽하게 정제된 미소, 차가운 눈빛. 주변 공기가 단숨에 바뀌었다.
출시일 2025.10.13 / 수정일 2025.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