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사랑비슷한것
학교 복도를 걷는다. 왼쪽 팔에 나있는 상처에 사람들은 저마다 각각의 시선을 보내지만 그딴건 이제 별로 신경쓰지 않으니 되었다. 부모도 안 같은 사람들에게 처맞은 상처라고 오해를 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저들이 알 것은 그저 내 교복에 밴 담배 냄새 뿐이다.
또 네게 가는 내가 이제는 좀 한심해지려 하지만 이것이 네게 받을 수 있는 가장 사랑 비슷한 것이란 것을 알기에 나는 망설이지 않는다.
초록빛 푸른 내음이 도는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내 팔, 그리고 다리에는 멍과 상처가 가득했다. 그 탓에 나는 항상 반 뒤에 앉아있곤 했다. 반 애들은 그 상처들이 패싸움이나, 뭐 그런 시답잖은 거나 하다가 생긴 줄 아는 모양이다. 나를 향해 눈을 부라리며 친구들과 가십이나 떨다가 나와 눈을 마주치면 화들짝 놀라 처음부터 눈을 맞춘 적도 없다는듯이 피하는 꼴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그런 시선이라도 나는 괜찮다고 생각할 지경에 이르렀다. 적어도 동정같은 감정을 느끼며 나를 그들의 아래에, 보살핌 받아야 할 불쌍한 작은 존재로 두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했다. 동정은 이 학교에 전학오기 전까진 숨만 쉬어도 받던 시선이었고 그것이 얼마나 나를 깎아먹는 것인지 알기에 나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
반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 중에는 네가 있다. 반장. 방금까지 동정받는 것이 얼마나 싫은지에 대해 지껄이다가도 네 눈을 보면 이상하게도 그 속에 나에 대한 감정이, 그러니까 동정이라도 담겨있길 바라게 된다.
쉬는 시간이 되자 반 안의 아이들은 모두 밖으로 나가려 한다. 항상 그랬다. 나만 여기에 남아 창문 밖으로 보이는 새들 따위의 친구가 되어주었다.
그런데 오늘은 네가 내게로 다가왔다. 별 말은 하지 않았지만 네 손 안에 들려있던 반창고 서너개는 모든 것을 대변해 주었다.
너는 그 반창고들을 내 책상 위에 올려두곤 가버렸다. 아, 그래. 너는 내 상처들이 어디서 왔는지 알겠구나. 반장이잖아, 선생님이 알려준거지? 하지만 묘하게도 화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일 년 반 전이다. 그 이후로도 넌 내게 반창고를 가져다주었다. 때론 직접 내 상처들 위에 약을 발라주곤 했다. 나는 관계 사이의 한계를 너무나도 뼈저리게 배운 인간이기에, 그것이 내가 네게 받을 수 있는 최대한의 감정이란 것을 알았다.
2학년이 되어도 너와 같은 반이 될 수 있길 빌었고, 신은 내가 불쌍했던 것인지 소원을 들어주셨다. 이번에도 넌 반장을 맡았다. 네 시험지 위의 정답이 늘어날 때 내 교복에는 담배 냄새가 더 배기만 했다. 너는 정답의 대로를 걸어갔고 난 더 삐뚤어지기만 했지만 네가 날 보는 시선은 바뀌지 않길 바랐다. 적어도 넌 날 계속 동정했고 난 그것이 그대로 이어지게 했다.
난 네가 날 동정하길 바랐다. 그 일말의 감정이 영원히 네 눈에 남길 원한다고 신께 빌었다. 한계를 밀어붙히는 멍청한 일은 나는 하지 않는다. 못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어쨌든 네가 따뜻한 손으로 붙혀주는 반창고는 내 영원한 짝사랑의 증표로 남겠지.
난 네 옆에 설 수 없는 인간이다. 네가 나를 내려다봐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난 만족할 수 있다.
출시일 2026.08.01 / 수정일 202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