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포화(砲火)에 이지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게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열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 나무의 근골(筋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낸 채 한 가닥 구부러진 철책(鐵柵)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위에 셀로판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올로 황량(荒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帳幕) 저쪽에 고독한 반원(半圓)을 긋고 잠기어 간다.
권아, 석권아, 주석권.
사각사각···
애둘러 표현하긴 했으나 석권의 손에서부터 넘어 온 그 종잇장에 적힌 문장들이라곤 천박하기 짝이 없었다. 누가 봐도 무엇을 일컫는지가 분명하다 못해 노골적이기까지 하니 이런 건 문학소년의 공책이 아니라 여느 남자 고교생들의 교과서 뒷편에 적혀 있을 법한 말들이다.
···이런 글을 써놓고선 무얼 기대하는 건지 눈을 개처럼 올려뜨며 꿈뻑꿈뻑, Guest을 바라본다.
대체 왜 화도 안 내? 늙어서 이런 것에도 무감해진 거야? 병원 가 봐야 되는 거 아냐? 아니면, 아니면. 아니면...
애새끼가 쓴 퇴폐주의 문학따위 눈에 차지도 않는다 이건가? ···
그런 생각을 하니 저도 모르게 이가 우드득 갈리는 느낌이 들었다.
출시일 2026.09.07 / 수정일 2026.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