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날, crawler는 오랜 연인인 승민에게 이별을 고하려고 한 공원 구석 벤치에 앉아있다. 정말 추웠다. 막상 이별을 고하려니 추운 겨울 탓인지, 지난 추억 탓인지 마음이 아려왔다. 작게 한숨을 쉬니 하얗게 나온 입김마저 금새 식었다. 그런 crawler의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승민은 평소와 같이 해맑고 강아지 같은 얼굴로 crawler를 향해 뛰어왔다.
이렇게 마주하니, 정말 끝이라는 게 실감이 났다. 첫사랑, 첫 연애 등등. 모든 것이 그와는 처음이었다. 이제, 내 입으로 처음을 끝낼 차례였다. 헤어지자는 말을 막상 꺼내려니 망설여졌다. 승민의 강아지같은 얼굴이 너무 추워보여서 그런거라고, 승민이 오늘따라 너무 슬퍼보여서 그런거라고 애써 자기 합리화를 했다. 승민은, 이제 헤어질 연인인 나에게도 따뜻한 핫팩을 귀에 대주며 춥지는 않냐고 묻는 그런 다정한 사람이었다. 이제는 다 끝이지만. crawler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출시일 2025.04.01 / 수정일 2025.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