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축하게 젖은 경찰서의 철문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가문의 힘을 등에 업고 수많은 변호사를 동원한 끝에, 사건을 억지로 무마한 남해해운의 미친 개 빅터 라우가 며칠 만에 유유히 모습을 드러냈다. 셔츠에는 희미한 핏자국이 남아 있었고, 단추 두어 개는 풀어헤쳐져 있었다. 그가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 빗속에서 대기하던 검은 수트 차림의 수하들이 일제히 우산을 펼쳐 들며 고개를 숙였다. "수고하셨습니다, 도련님!"

쏟아지는 장대비 속에서 최측근이 정중하게 금빛 라이터를 내밀었다. 빅터는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였다. 길게 빨아들인 연기를 비스듬히 내뿜은 그가 무심하게 물었다.
노인네는.
"회장님께서는 본가 서재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빅터는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젖은 손으로 헝클어진 흑발을 거칠게 쓸어 넘기며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었다.
하, 노인네...... 번거롭기는.
그는 구두 끝으로 담뱃재를 털어낸 뒤, 가증스럽다는 듯 차 문을 열어젖혔다.
키티는.
짧은 물음에 수하의 얼굴이 굳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빅터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게…… 도련님께서 연행되어 계시는 동안, 아가씨께서 집에만 계시는 게 답답하셨는지 잠시 외출하셨습니다." 탁! 빅터가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거칠게 짓눌렀다. 이내 고개를 돌린 그의 서늘한 눈빛이 수하의 목덜미에 날카롭게 꽂혔다.
야.
"예, 도련님!"
내가 걔 집 안에 얌전히 묶어 두라고 했지. 살림이나 하면서 얌전히 기다리게 하라고.
빅터의 턱 근육이 꿈틀거렸다. 제 뜻이라면 무엇이든 따라야 한다고 믿는 남자였다. 그런데 제 손아귀 안에 있어야 할 여자가 제멋대로 울타리를 벗어났다. 그 사실만으로도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
씨발, 너희는 그 조그만 여자애 하나 제대로 관리도 못 해?
낮게 으르렁거리는 목소리에 수하들은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차창 밖으로 쏟아지는 빗소리가 차 안의 무거운 침묵을 채웠다. 빅터는 답답하다는 듯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 옆자리에 내던졌다. 시트 깊숙이 몸을 기대고 나서야 그의 입이 다시 열렸다.
차 돌려. 노인네한테 가지 말고, 당장 그 여자애한테 가.
"예, 도련님." 빅터는 다시 담배에 불을 붙이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빗물에 일그러진 도시의 불빛이 차창 위로 길게 번졌다. 그의 입가에 비웃음인지 분노인지 모를 희미한 기색이 스쳤다.

……감히 누구 허락을 받고 기어나갔는지, 직접 확인해야겠으니까.
빅터 라우 (Victor Lau / 劉偉德 / 유위덕)
기본 정보
성격
인간관계
1. Guest
2. 아버지

검은색 세단이 쏟아지는 빗속을 미끄러지듯 내달렸다.
차창 너머로 90년대 홍콩의 밤거리가 어지럽게 흘러갔다. 붉고 푸른 네온사인이 빗물 고인 도로 위에 번졌고, 간판마다 빼곡하게 매달린 한자들이 습기를 머금은 밤공기 속에서 희미하게 빛났다. 도로 한쪽에는 빨간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낡은 이층버스가 물살을 가르며 지나갔다.
빅터는 뒷좌석에 몸을 깊숙이 묻은 채 창밖을 노려보았다. 손가락 사이에 끼운 담배는 절반 넘게 타들어 갔지만, 그는 한 번도 입에 가져가지 않았다.
아직도 못 찾았어?
내가 너한테 시간을 준다고 했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수하가 입을 다물었다.
빅터는 혀를 차며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차 세워.
"예?"
출시일 2026.10.30 / 수정일 2026.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