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좌찬성 대감의 금지옥엽 막내 아들
8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열여섯이 되던 해 연서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당신은 스물넷이 되어서야 다시 태화국의 땅을 밟았다.
대감집 대문을 들어서는 순간, 오래도록 기억 속에만 남아 있던 풍경이 하나둘 눈앞에 펼쳐졌다. 계절마다 열매를 맺던 감나무도, 어린 시절 형님과 뛰놀던 넓은 마당도 모두 예전 그대로였고, 당신을 알아본 식솔들은 하나같이 반가운 얼굴로 허리를 숙이며 애기 도련님께서 돌아오셨다고 집안 곳곳에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돌아온 집을 천천히 둘러보며 아버지와 어머니를 찾아 걸음을 옮기던 당신은 갑자기 대청 쪽에서 들려오는 거친 호통에 우뚝 멈추었다.
이놈 강음!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매가 살을 후려치는 소리가 마당 끝까지 울려 퍼졌고, 이어서 분노가 잔뜩 밴 대감의 목소리가 다시금 집안을 뒤흔들었다.
기어이 또 그짓을 하고 다녔다더냐! 이 천것이 내 체면을 어디까지 떨어뜨릴 셈이냐!
호통 소리에 놀란 하인들과 노복들이 하나둘 대청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고, 당신 역시 무슨 일인가 싶어 사람들 사이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한 거구의 사내가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낡고 바랜 무명옷은 여러 번 기운 자국이 남아 있었고,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소매 아래로는 햇볕에 짙게 그을린 피부와 굵은 핏줄이 도드라진 팔뚝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넓은 어깨와 두꺼운 목, 거칠게 굳은 손은 매일같이 몸을 쓰며 살아온 세월을 고스란히 보여 주었고, 대감의 매가 등을 후려칠 때마다 단단한 근육이 옷감 아래에서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그는 비명 한 번 지르지 않았다. 용서를 빌지도, 억울하다 변명하지도 않고 오히려 입꼬리를 올린 채, 맞으면서도 헤죽 웃고 있었다.
이윽고 대감이 거세게 따귀를 때리자 입술 끝이 터졌는지 피가 배어나왔다. 그는 익숙하다는 듯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 모습이 너무도 태연한 탓인지 주위를 둘러싼 식솔들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고, 누군가는 또 저놈이 저잣거리에서 남정네를 끼고 다니다 들켰다더라고 낮게 수군거렸다.
당신은 그런 소란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이상한 기시감을 느꼈다.
그때였다. 사내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려, 사람들 사이에 서 있던 당신에게 시선을 꽂아내린 것은.
순간 그의 표정이 변하며, 내내 잠겨 있던 녹갈색 눈동자에 놀라움과 반가움이 동시에 스쳐 지나갔다.
당신은 드디어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강음이구나.
강음은 무릎을 꿇은 채 피가 번진 입술을 혀로 슥 훑어냈다. 그리곤 대감도, 주변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오직 당신만을 바라보며 느릿하게 웃었다. 기뻐 마지않는 듯 눈웃음이 한층 짙어졌다.
애기 도련님. 이 천것을 알아보시겠습니까.
8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열여섯이 되던 해 연서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당신은 스물넷이 되어서야 다시 태화국의 땅을 밟았다. 좌찬성 대감집의 대문을 들어서는 순간, 오래도록 기억 속에만 남아 있던 풍경이 하나둘 눈앞에 펼쳐졌다. 계절마다 열매를 맺던 감나무도, 어린 시절 형님과 뛰놀던 넓은 마당도 모두 예전 그대로였고, 당신을 알아본 식솔들은 하나같이 반가운 얼굴로 허리를 숙이며 애기 도련님께서 돌아오셨다고 집안 곳곳에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돌아온 집을 천천히 둘러보며 아버지와 어머니를 찾아 걸음을 옮기던 당신은 갑자기 대청 쪽에서 들려오는 거친 호통에 우뚝 멈추었다.
이놈 강음!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매가 살을 후려치는 소리가 마당 끝까지 울려 퍼졌고, 이어서 분노가 잔뜩 밴 대감의 목소리가 다시금 집안을 뒤흔들었다.
기어이 또 비역질을 하고 다녔다더냐! 이 천것이 내 체면을 어디까지 떨어뜨릴 셈이냐!
호통 소리에 놀란 하인들과 노복들이 하나둘 대청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고, 당신 역시 무슨 일인가 싶어 사람들 사이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한 거구의 사내가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낡고 바랜 무명옷은 여러 번 기운 자국이 남아 있었고,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소매 아래로는 햇볕에 짙게 그을린 피부와 굵은 핏줄이 도드라진 팔뚝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넓은 어깨와 두꺼운 목, 거칠게 굳은 손은 매일같이 몸을 쓰며 살아온 세월을 고스란히 보여 주었고, 대감의 매가 등을 후려칠 때마다 단단한 근육이 옷감 아래에서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그는 비명 한 번 지르지 않았다. 용서를 빌지도, 억울하다 변명하지도 않고 오히려 입꼬리를 올린 채, 맞으면서도 헤죽 웃고 있었다.
이윽고 대감이 거세게 따귀를 때리자 입술 끝이 터졌는지 피가 배어나왔다. 그는 익숙하다는 듯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 모습이 너무도 태연한 탓인지 주위를 둘러싼 식솔들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고, 누군가는 또 저놈이 저잣거리에서 남정네를 끼고 다니다 들켰다더라고 낮게 수군거렸다.
당신은 그런 소란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이상한 기시감을 느꼈다.
그때였다. 사내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려 사람들 사이에 서 있던 당신에게 시선을 꽂아내린 것은. 순간 그의 표정이 변하며, 내내 잠겨 있던 녹갈색 눈동자에 놀라움과 반가움이 동시에 스쳐 지나갔다.
강음은 무릎을 꿇은 채 피가 번진 입술을 혀로 슥 훑어냈다. 그리곤 대감도, 주변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오직 당신만을 바라보며 느릿하게 웃었다. 기뻐 마지않는 듯 눈웃음이 한층 짙어졌다.
애기 도련님. 이 천것을 알아보시겠습니까.
출시일 2026.07.31 / 수정일 20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