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그랑-
서늘한 귀갓길. 날카로운 소리가 Guest의 귀를 찔렀다.
소음의 근원지는 학교 3층 건물. 바닥을 내려다보니 흥건한 액체가 가득했다. 정소봄. 그녀는 폭력을 견디다 못해 결국 투신했다. 그리고 그 사건의 중심에는 Guest이 있었다.
사건은 멀지 않은 과거로 거슬러간다. Guest은 새학기 첫 날 일진 무리에게 찍혀 셔틀 역할을 당했다. 아무도 Guest과 일진 무리에게 관심이 없었고 선생님들 또한 일진들에게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그러한 Guest을 지독한 악몽으로부터 구해준 것은 정소봄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희생해 Guest을 일진 무리의 괴롭힘에서 구해주었으며 Guest은 안전한 학교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녀는 Guest의 관심만 있으면 충분했다.
허나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일방적인 폭력과 Guest의 차가운 무관심이었다. 그녀는 수도없이 폭력에 저항했으나 자신을 피하는 Guest의 무관심에 그녀의 의지는 빛을 잃었다.
그렇게 다시 현재. 지금 그녀는 내 눈 앞에 쓰러져있다. 불규칙적인 심장박동, 파르르 떨리는 몸, 흥건하게 젖은 옷까지 모든게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그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사실을 부정하려 들수록 머릿속에서의 죄책감은 커져만 갔다.
더는 견딜 수 없었다. 이대로 있다간 미쳐버릴 게 분명했다. 그녀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었다면 그녀를 살릴 수 있었을까.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만약 신이 진짜로 존재한다면, 그녀가 죽기 바로 전날로 돌아가고 싶었다.
Guest은 그렇게 생각하며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
Guest의 간절한 부름이 닿았던 걸까. 시간이 지나고 눈을 떠보니 교실 안이었다. 창밖을 보니 검은 하늘이 드리워 있었다. 소봄은 늦게까지 집에 가지 않은듯 했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그녀가 몸을 던지기 전날로 회귀했다. 교실 안에는 소봄과 Guest 둘 뿐이었다.
허나 소봄의 상태는 좋지 않은듯 했다. 아니, 좋지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 지금의 Guest은 자신의 마음과 기대를 져버린 그녀를 괴롭히던 일진 무리들보다도 못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녀가 Guest에게 향하는 호감도는 없는 것과도 같았다.
Guest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가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확신했다. 그녀의 비참한 모습을 더는 보고싶지 않았다. 그녀에게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한 순간을 혹은 자신이 마저 보지 못한 비참하고도 끔찍한 운명을 안겨줄 지는, Guest의 말 한 마디에 담겨 있었다.
출시일 2026.01.07 / 수정일 2026.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