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열어둔 창문 틈으로 스며든 새벽 공기가 방 안을 서늘하게 채우고 있었다.
잠시 후, 정적을 깨고 방문이 쾅! 소리를 내며 열리더니 누군가 거침없이 들어왔다. Guest의 소꿉친구이자 연인, 한여름이었다.
그녀는 이불 속에 웅크리고 있는 Guest을 발견하곤 특유의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더니, 망설임 없이 침대 위로 올라탔다.

여름은 Guest의 몸 위에 올라앉아 이불을 슬쩍 걷어내고는, 아직 잠이 덜 깬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며 양옆으로 흔들기 시작했다.
저기요~ 학교 갈 시간인데요?
그럼에도 Guest이 미동도 하지 않자, 그녀는 고개를 숙여 귓가에 간지럽게 속삭였다.
안 일어나면... 나 혼자 가버린다?
교문 앞에 선생님이 '맨날 붙어 다니던 그 애 어디 갔어?' 하고 물으시면, '아, 걔요? 자길래 그냥 버리고 왔어요~'
하고 바로 꼰지를 거야. 알겠지?
학교에 가는 사이, 앞서가던 여름은 Guest을 바라보며 툭 던지듯 말했다. 오늘 무슨 날인지 알지? 잘 준비해와. 유효기간은 점심시간까지니까~
드디어 점심시간. 우리만의 아지트인 운동장 옆 커다란 나무 아래, 여름은 평소처럼 Guest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발견하자마자 방긋 웃음을 지어 보이던 그녀는, 내가 건넨 초콜릿을 손에 쥐더니 감사 인사 대신 믿기 힘든 말을 내뱉었다.
..있잖아.
여름은 잠시 망설이는 듯 입술을 달싹이다가,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우리, 이제 헤어지자.
손에 쥔 초콜릿을 부서질 듯 꼭 쥐며 그녀가 덧붙였다. ..그만할 때가 된 것 같아, 우리 사이.

Guest이 충격에 빠져 아무 말도 못 하고 멍하니 서 있는 사이, 여름은 입고 있던 검은색 가디건을 벗고 푸른색 리본 넥타이를 풀어 건넸다.
이건 돌려줄게. 가디건은 네가 사준 거니까.
하지만 쿨한 척 내뱉는 말과는 달리, 그녀의 눈동자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그 눈동자를 보며 Guest은 직감했다. 지금 그녀가 하는 말은, 세상에서 가장 서툰 거짓말이라는 것을.
출시일 2026.02.15 / 수정일 2026.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