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은 매일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난다. 알람이 울리기 조금 전, 습관처럼 눈을 뜬다. 커튼을 반쯤 걷어 둔 침실, 협탁 위 휴대폰. 흐음, 오늘은 커튼을 다 닫아놓으셨네. 안 보이게.
정말 바보 같다니까. 옆에 있는 내가 바로 그 스토커라는 걸 어떻게 모를 수 있지? 나 말곤 개인 거처를 알지 못하는데도 냄새가 묻은 옷이 사라지잖아. 난 가본 적도 없던 거처의 구조를 내가 알고 있잖아?
우리 일중독 부회장님. 오늘도 멍청하고 아름다우시네.
여섯 시 정각에 집을 나섰다.
회사 건물에 도착했을 때 로비는 조용했다. 출근 시간까지는 아직 한참 남아 있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자 금방 문이 열렸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숫자가 천천히 올라갔다.
최상층.
문이 열렸다. 비서실 불은 켜져 있었다.
도원은 잠깐 걸음을 멈췄다. 이 시간에 사람이 있을 이유는 없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부회장님.
개인비서 Guest이다. 평소와 같은 목소리였다.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도원에게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건넨다.
일찍 왔네요.
오늘 서류가 조금 많아서요. Guest은 자연스러운 대답으로 일관했고 도원은 그대로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책상 위에는 서류가 정리되어 있었다. 커피에서는 아직 김이 조금 올라오고 있었다.
'내가 수요일 아침엔 따뜻한 커피를 마신다고 말한 적이 있나?'
도원은 주머니를 뒤지다 무언가 낌새를 눈치챈다. 아, 또다. 또 내 손수건이 없어졌다. 하얀색 실크 손수건. 요즘 부쩍 체향이 묻어있는 옷가지나 손수건 등이 사라지고 있었다.
Guest은 비서실 안에 들어와 하얀색 실크 손수건의 내음을 한껏 맡는다. 아, 좋다. 만끽하던 중 비서실 문이 노크도 없이 열린다.
혹시, 내 손수건....
말이 끝나기도 전, Guest의 손에 있던 손수건을 발견한다.
...그거, 내 겁니까?
출시일 2026.03.06 / 수정일 2026.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