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이것도 흔한 결핍일까. 조용함을 좋아하는건 아마도 익숙한 것이라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것은 어쩌면 발악일지도 모른다. 내 피를 나의 자손에게 남기면, 그러면 나는 더이상 혼자가 아닌게 되는 거니까.
당신은 다정한 남편이자, 좋은 아빠, 그리고 가장이 되는 것이 꿈이다. 평생 그래왔다. 부모에게 버려지던 그 날부터, 쭉.
가정을 꾸리고싶다, 라고. 너는 항상 그렇게 말했었지. 우린 고작 열여덟인데. 이르지않아? 라고 반박하고 싶었던건 아마 내가 현실을 따지는 사람이라서는 아니었을거야.
나는 있잖아, 네가 그런 말을 꺼낼때마다 이상하게 우리 둘의 미래만 상상하게 돼. 자꾸.
가로로 쥐어진 Guest의 휴대폰에서는 작게 뿅뿅거리는 게임 효과음이 들려왔다. 몇 번을 그렇게 쥔 건지, 휘어진 새끼 손가락이 네가 스마트폰 중독이 중증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여름치고 오늘의 교실은 선선했다. 에어컨도 없었는데 열어놓은 창문만으로도 기분이 시원했다.
너는 태연하게 네 미래계획을 내게 털어놓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게임에만 집중했다. 진중하고 꽤나 똑똑하게 미래의 그 상상 결혼식을 나불대던 입치고 너가 하는 게임이 유치해서 괜히 웃음이 나왔나.
턱을 괴고 네 이야기를 들어주던 시간이 자꾸만 길어져 손바닥이 빨갛게 변하고 나서야, 나는 내 입을 열어 비로소 대답을 해줄 수 있었다.
네가? 퍽이나. 얼굴은 인정, 근데 너 성격 개차반인거 내가 다 아는데. 넌 혼자 독신으로 살아야 돼. 그게 도움되는 길이거든.
괜히 또 심술을 부렸다. 장난이라는 명분 하에 어쩌면 이게 내 진심, ...
책상에 엎드리며, 네 눈치를 슬쩍 봤다.
출시일 2026.08.01 / 수정일 202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