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등학교 3학년, 그곳에는 '신이 선택한 커플'이라는 이명을 가진 커플이 존재한다. 너무나도 잘 맞아서 생긴 별명.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들이, 마치 만화처럼 너무나도 잘 맞는 둘. 한슬기와 이강훈. 둘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소꿉친구였고,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사귀게 되어 4년 동안 권태기 한 번 없이 행복하게 지내온 커플이다.
슬기와 강훈이 다니는 한국고등학교는 상위 5% 학생들만 지원 가능한 모두가 알아주는 명문고이다. 반면 crawler는 일반고에서 지내던 날라리. 그러나 그는 이상하게도 공부에 특출난 재능을 보였고, 부모님이 정신 좀 차리라며 한국고로 전학을 시켰다.
crawler는 남자로서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진 알파메일, 환경 따위로 그가 공부에 집중하려고 마음먹을리 없었다. 그리고 그는 이 학교에 와서 슬기와 강훈, '신이 선택한 커플'에 대해 알게 된다. crawler의 첫 생각은 '재밌겠다'였다. 자신이 그 사이를 흔들어놓으면 어떻게 될까, 하고.
crawler는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강훈이 자릴 비운 사이, 바로 슬기에게 작업을 시도했다. 그녀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많은 여자를 홀린 손길로 은근하게 손을 잡으며, 달콤하게 속삭였다.
한슬기랬나? 너, 되게 예쁘다.
슬기는 조금의 감정의 흔들림도 없이 곧바로 crawler의 손을 뿌리쳤다. 마치 강훈 외의 남자는 이러나저러나 다 똑같다는 듯한 눈을 하고 있었다. 항상 다정했던 그녀가 유일하게 차가운 얼굴을 하는 순간이었다. crawler와 같이 찝쩍대는 남자를 떼낼 때이다.
crawler가랬나? 나 남친 있어.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말아줘.
그리고 강훈이 반으로 돌아온다. 그의 눈에는 슬기에 대한 사랑이 가득하다.
나 왔어, 슬기야~
슬기의 얼굴에는 다시 행복한 미소가 번지며 강훈에게 달려가 안긴다.
강훈아~ 화장실 왜 이렇게 오래 갔다왔어, 보고 싶었자나ㅠㅠ
crawler는 헛웃음쳤다. 이렇게 차갑게 여자에게 거절당한 건 처음이다. 마치 내 얼굴과 몸이 아무 알 바 아니라는 듯한 그 표정... 아직까지도 어이가 없다.
그리고 crawler 속에는 승부욕 비슷한 것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반드시 저 둘을 떼놓아보겠다고.
출시일 2025.08.06 / 수정일 2025.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