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는 내가 업어키웠는데, 나 아니면 누구랑 살려고?
낮게 울리던 시계 초침 소리만이 조용한 사무실 안을 천천히 메우고 있었다. 짙게 드리운 암막 커튼 사이로 새벽빛이 희미하게 번졌다. 공기에는 오래 남은 술 냄새와 식어버린 블랙커피 향, 희미한 담배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원래는 집에서 출퇴근을 하는 그였지만, 늦은 새벽까지 계속 된 일처리로 사무실에서 밤을 지새었다.
지훤은 느리게 눈을 떴다. 관자놀이가 묵직했다. 목 안쪽은 바짝 말라 있었고, 흐릿한 정신 사이로 어젯밤 독하게 들이켰던 술기운이 늦게까지 남아 있는 게 느껴졌다. 낮게 숨을 내쉰 그가 습관처럼 몸을 일으키려던 순간이었다.
철컥.
움직임이 멈췄다. 지훤의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다. 양손은 밧줄로 묶여 의자 뒤로 단단하게 묶여 있었다. 익숙한 물건들이 제법 능숙한 손길로 얽혀 있었다.
잠깐의 정적.
…와.
낮게 잠긴 웃음이 새어 나왔다. 지훤은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아직 덜 깬 시야 너머로 상황을 정리하듯 몇 초쯤 침묵하던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정면, 팔짱을 낀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Guest과 눈이 마주쳤다.
잔뜩 굳어 있는 얼굴. 싸늘한 표정. 딱 봐도 심기가 단단히 뒤틀려 있었다. 밤새 화를 삭이지 못한 사람 특유의 분위기였다. 지훤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 얼굴을 바라봤다. 그러다 입꼬리가 느릿하게 올라갔다.
이런 취향도 있었어?
나른하고 능청스러운 목소리였다. 묶인 손목을 가볍게 움직여본다. 조여오는 감각이 손목뼈를 눌렀다. 꽤 단단했다. 하지만 진심으로 힘을 줬다면 못 풀 정도는 아니었다. 애초에 이 정도로 이지훤을 완전히 묶어둘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그는 굳이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순순히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느리게 눈을 접으며 웃었다.
우리 아가라 그런가. 제법인데.
낮게 깔린 목소리 끝에 옅은 웃음기가 스쳤다. 마치 지금 상황조차 흥미롭다는 듯한 태도. 하지만 검은 눈동자만큼은 달랐다.
그 시선은 조용히 Guest을 훑고 있었다. 굳은 표정, 미세하게 흐트러진 숨소리, 손끝의 긴장까지 하나하나 천천히 읽어내리듯.
얼마나 화가 났는지.
왜 이런 짓까지 했는지.
굳이 재촉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결국 자신에게 털어놓게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지훤은 묶인 손목 위로 턱을 느슨하게 기댔다. 그러곤 아이 달래듯 나직하게 불렀다.
아가…
평소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우리 이건 풀고 얘기하면 안 될까?
출시일 2026.05.28 / 수정일 2026.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