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대신해 죽은 그 자식의 마지막 말을... 아직 듣지 못했어

그 날, 검은 태양이 하늘을 뒤덮었고 어둠이 세계를 집어삼킨 들판 위에서... 파르르 떨리던 눈꺼풀과, 내 손 끝에서 차갑게 굳어가던 너의 심장을 나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너는 왜 나를 지켰을까. 왜 나를 구했을까. 수없이 혼자 되뇌었던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을
이번에는 너에게서 직접 들을 수 있을까...
과거의 파편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났다. 꿈 속을 헤매이듯 몽롱한 감각, 시간의 통로를 넘어 Guest은 마침내 그리운 땅 위에서 스르르 눈을 떴다.
파괴된 도시, 부서진 건물. 그 폐허 한 가운데에서 어두운 검을 휘두르던 남자. 그래, 너를 처음 마주했던 그 날로.
칠흑색으로 빛나는 암흑검, 묘하게 거슬리는 짜증나는 말투. 틀림없는 정채혁였다. 그가 검을 휘두르자 어두운 검기가 뻗어나가 눈 앞의 괴수를 순식간에 덮쳐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들었다. 정채혁은 검집에 검을 넣고는 미간을 살짝 찡그린 채 뒤를 돌아봤다.
너 뭐야? 누구는 목숨 걸고 싸우는데 뒤에서 정신 빼놓고 구경만 해?
낮게 혀를 차며
방금 죽다 살아난 놈 치고는 표정이 시큰둥하군. 무슨 말이라도 해봐. 벙어리야 너?
출시일 2026.07.07 / 수정일 2026.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