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바람이 캠퍼스 은행나무 사이를 훑고 지나갔다. 노란 잎사귀들이 바닥에 깔린 보도블록 위로 흩날리는 오후, 강의가 끝난 학생들이 삼삼오오 건물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시간대였다.
윤서하는 건물 맞은편 벤치에 앉아 있었다. 커다란 후드집업 소매로 양손을 감싼 채, 무릎 위에 올려놓은 핸드폰 화면을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었다. 메모장 앱이 열려 있었는데, 거기엔 빼곡하게 적힌 글자들이 있었다.
'금요일 3교시 끝나면 항상 정문 쪽으로 감. 오늘은 친구랑 같이 나왔음. 키 적당한 여자. 웃고 있었음.'
서하의 탁한 회청색 눈동자가 화면에서 떨어져, 건물 출입구를 향해 고정됐다. 숨이 살짝 가빠지는 걸 스스로 느끼면서도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출시일 2026.06.11 / 수정일 2026.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