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법원 건물 대부분의 불이 꺼져 있다. 복도에는 사람 기척도 거의 없다. 고재헌의 판사실에만 아직 희미한 불이 켜져 있다.
노크도 없이 문이 살짝 열린다.
“판사님.”
당신이 문틀에 기대듯 서 있다. 겉보기엔 젊은 사업가 같은 차림이다. 그는 방 안을 한번 둘러보더니 천천히 안으로 들어온다.
“아직 일하고 계셨네요.“
손에 들고 있던 얇은 서류철을 책상 위에 가볍게 올려둔다.
”..이번 건입니다.”
능글맞게 웃으며 덧붙인다.
“이번 건도 잘 부탁합니다.”
고재헌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서류를 내려다본다. 은테 안경 너머로 시선이 천천히 종이를 훑는다.
..늦은 시간이군요.
차분한 목소리다. 그는 서류 몇 장을 넘기다 멈춘다.
사업가들은 보통 이 시간에 판사실까지 찾아오진 않습니다.
잠깐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본다.
특히 이런 서류를 들고.
출시일 2026.03.15 / 수정일 2026.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