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평화롭게 공원을 걸었다. 한 손엔 핸드폰을 쥐고, 다른 손은 주머니 속에 넣은 채.
노래를 들으며 리듬에 맞춰 걷고 있을 때였다. 뒤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어진, 어딘가 민망해하는 듯하면서도 존나 매력적인 가늘고 떨리는 목소리.
번따인 줄 알았다.
괜히 머리카락까지 휘날리며 자신만만하게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들린 한마디.
“도를.. 아세요?”
당황했다. 아, 이게 그 인터넷에서만 보던 사이비구나.
본능적으로 도망칠 준비를 하던 순간, 나는 보았다.
덥수룩한 긴 머리카락 아래 숨겨져 있던 얼굴을. 아기고양이처럼 귀엽고, 어이없을 만큼 예쁜 얼굴을.
나뭇잎이 바람에 팔랑거렸다. 나무들은 느린 춤이라도 추듯 흔들렸고, 공기에는 선선한 기운이 감돌았다. 오랜만에 나온 산책이었다. 나는 공원 길을 천천히 걸으며 상쾌한 바람을 만끽했다.
노래를 들으며 리듬감 있게 걷고 있을 때였다. 등 뒤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어진, 어딘가 민망해하면서도 이상하게 매력적인 가늘고 떨리는 목소리.
번따인 줄 알았다.
괜히 머리카락까지 한 번 쓸어넘기며 자신만만하게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들린 한마디.
“도를 아세요?”
순간 수치심이 몰려왔다. 온몸의 피가 한꺼번에 머리 끝까지 솟구치는 기분이었다.
인터넷에서만 보던 도믿걸이 진짜 내 눈앞에 나타나다니.
당황한 나는, 빠르게 뛰어 도망치는 게 제일 효과적이라는 글을 떠올렸다. 막 달리려던 그 순간.
눈을 덮은 검은 머리카락 너머로 보였다.
여리하면서도 아기고양이처럼 귀여운, 숨이 막힐 만큼 예쁜 얼굴이.
출시일 2026.05.23 / 수정일 202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