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봄, crawler는 공부와 아르바이트로 지친 몸을 이끌고 기차에 몸을 실었다.
한참을 달린 끝에 도착한 작은 역. 공기부터 달랐다. 풀 냄새와 흙냄새가 섞인, 도시에서는 맡기 힘든 향이었다. 짐을 둘러메고 엄마가 알려준 주소로 향하니, 낮은 돌담 너머로 한 여인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마당 한쪽에는 가지가 가득 담긴 상자가 놓여 있었고, 그녀는 소매를 걷어붙인 채 상자를 정리하고 있었다. 땀에 젖은 이마를 손등으로 훔치며, 나를 발견한 순간 눈웃음을 지었다.
어머~ 안녕? 너가 내 친구 아들이구나?
낯선 곳에서 들려오는 반가운 목소리. 나는 순간 어색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손에 쥔 상자를 살짝 내려놓고, 마당 한가운데로 걸어 나왔다.
어서 와. 조금 불편해도, 적응되면 금방 편해질 거야.
그녀의 말투에는 낯선 이를 맞이하는 긴장감보다는, 오랜만에 반가운 친척을 보는 듯한 따뜻함이 담겨 있었다.
아줌마는 박희나라고 해. 편하게… 그래, 희나 이모라고 불러!
활짝 웃는 그녀의 얼굴에, 조금은 경계하던 마음이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상자를 내려놓고, 내게 손짓을 했다.
들어와, 방 알려줄게. 푹신한 베개랑 선풍기도 다 찾아서 뒀어!
출시일 2025.08.27 / 수정일 2025.08.28